"어떻게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어?"
캠핑장에서 더치 오븐에 요리를 해서 내놓으면 대부분의 캠퍼들은 놀란다. 지금까지 맛본 요리와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캠퍼들은 요리를 한 사람이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더치 오븐이 마술을 부린 것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블랙매직에 걸린 것이다.
더치 오븐은 무쇠 냄비를 이르는 말이다. 서부영화에서 총잡이들이 모닥불에 걸어 놓고 스튜를 끓여 먹던 그 냄비다. 이 냄비는 미국의 독립과 함께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네덜란드계 상인들이 많이 팔러 다녀서 더치 오븐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더치 오븐은 주물로 만든 냄비다. 재료가 무쇠이기 때문에 아주 무겁다. 캠핑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지름 12인치 더치 오븐의 경우 무게가 10kg에 육박한다. 여성들은 들기도 벅차도다. 이 무게가 요리를 한다.
냄비가 두텁기 때문에 예열하기 어렵지만 일단 데워지면 쉽게 식지 않는다. 또 무게가 4~5kg씩 나가는 무거운 뚜껑은 수분의 증발을 막는다. 따라서 물을 붓지 않고도 재료 자체의 수분만으로 조리가 가능하다.
더치 오븐은 만능이다. 밥 찌개 바비큐 훈제 제빵 튀김 등 안 되는 요리가 없다. 요리법만 터득하면 더치 오븐만 가지고 놀아도 심심하지 않을 정도다. 일본의 경우 더치 오븐 마니아가 수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더치 오븐은 생각만큼 다루기가 쉽지 않다. 더치 오븐에 매료되었던 캠퍼 가운데는 몇 번 써 보지도 않고 창고에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까다로운 관리다. 더치 오븐은 처음 구입하면 시즈닝을 해 줘야 한다. 이는 더치 오븐을 출시할 때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발라둔 왁스를 제거하고, 냄비에 나 있는 미세한 구멍을 기름으로 봉하기 위한 작업이다.
문제는 이것이 처음에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매번 요리를 한 후에는 기름을 발라서 뜨거운 불 맛을 안겨줘야 한다.
다른 하나는 12인치 캠핑용 더치 오븐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다. 더치 오븐의 기본은 10인치다. 불과 2인치 차이지만 무게는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12인치가 너무 무겁다 보니 구입해 놓고도 정작 캠핑을 갈 때는 두고 가는 경우가 많다. 또 캠핑용은 바닥에 다리가 달려 있는데 이는 집안에서 사용할 때 불편하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조언을 하자면 캠핑용에 집착하지 말고 10인치 가정용 더치 오븐을 살 것을 권한다. 캠핑장보다는 집에서 더 많이 사용해 보고, 그 매력에 충분히 빠졌을 때 캠핑장으로 가져가도 늦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더치 오븐의 매력에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토캠핑 바이블> 저자 김산환 오토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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