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 이상 상당수가 신종 인플루엔자에 면역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올해 유행하고 있는 신종플루는 1990년대부터 사람과 돼지에게 유행하던 바이러스가 원인이어서 한 번쯤 앓았던 경험이 있고, 면역력도 생겼다는 분석이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9일 "신종플루 백신을 당초 2회 접종에서 1회 접종으로 바꾼 것은 임상시험 참가자의 상당수가 신종플루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종플루 감염자들이 감기를 앓듯 가벼운 증상만 보인 뒤 회복되고 있으며, 사망률이 일반 독감 사망률을 밑도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60대 이상은 과거에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돼 3분의 1정도가 면역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도 적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국제적으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1회 예방접종 후 면역반응이 높게 나타난 최근 논문들을 함께 소개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17세 25명 중 76%가 첫 번째 백신 접종 10일 만에 면역력이 크게 상승했다. 호주의 경우 18~49세 58명 중 75.9%가, 중국에서도 12~17세 550명 중 97.1%가 강한 면역반응을 보였다. 과거 유사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몸의 면역체계가 작동할 준비를 이미 마쳤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최근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는 것에 대해 오 교수는 "현재 감염자 수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사망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플루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위생수칙을 지키면서 냉철하게 사태를 바라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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