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콜레스테롤과 동맥 내벽에 쌓이는 지방성 물질(플라크) 때문에 좁아지거나 막혔을 때 협심증 등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한다. 이 질환은 심장병의 주 원인(2006년 기준 전체 심장병의 48%)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물로 치료하지만 이것이 불가능해지면 관상동맥우회술(막힌 부위의 혈관을 없애거나 다른 부위에 새로운 혈관을 만드는 수술)을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관상동맥질환자들이 스텐트시술(좁아지거나 막힌 관상동맥 혈관 내부에 스텐트를 넣는 것)을 많이 한다. 시술 자국이 남지 않을 정도로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2007년)에 따르면 스텐트시술은 모든 종류의 수술 가운데 건수와 인원 기준으로 9위를 차지할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다만 이 시술은 스텐트 안쪽이 좁아져 병이 재발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약물 방출 스텐트 97% 쓰여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시술(혈관 내에 혈전이 쌓여 좁아진 부분을 넓혀줘 혈류 흐름이 원활하게 해주는 시술)이 1977년 도입된 이래 스텐트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초기 중재시술은 환자 다리의 동맥을 약간 절개한 뒤 가느다란 와이어를 삽입해 혈관의 막힌 부위를 뚫어 주는 풍선확장술(balloon angioplasty)이 사용됐다. 막힌 혈관을 뚫기 위한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법이었지만 시술받은 환자의 30~40%에게서 협착이 다시 생겼다.
그래서 94년 작은 금속망 튜브로 막힌 혈관을 떠받쳐 주는 순수 금속 스텐트(bare metal stent)가 도입돼 90년대 후반까지 80% 이상이 이 시술을 택했다. 하지만 스텐트시술 이후에도 재협착률이 여전히 20% 정도 나타났다.
이 때문에 미국 과학자들은 2003년 약물 방출 스텐트를 내놓았다. 이 스텐트는 면역억제제나 세포증식억제제 등 재발 억제 약물을 금속 스텐트 표면에 바른 뒤 코팅한 것. 스텐트를 혈관에 넣으면 약물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흘러나와 시술 후 세포 증식으로 인해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것을 막는다. 약물 방출 스텐트 덕분에 재발률은 10% 미만으로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스텐트 시술의 적용 범위가 크게 늘어나 작은 혈관이나 긴 병변, 분지 병변 등 복잡한 병변 치료에도 사용되고 있으며 장기 임상 결과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관상동맥중재술의 97%가 약물 방출 스텐트를 쓰고 있다.
생분해되는 신개념 스텐트도 나와
국내에서 쓰이는 약물 방출 스텐트는 한국애보트의 자이언스V와 보스턴 사이언티픽의 택서스, 존슨앤드존슨메디컬의 사이퍼, 메드트로닉의 엔데버 등이다.
초기 약물 방출 스텐트인 택서스와 심장우회수술의 효능을 비교한 최근 임상 연구에서는 택서스로 단순 병변 시술(스텐트 1, 2개 시술)했을 때 심장우회수술과 거의 동등한 효과를 나타냈고, 중증 병변 시술(스텐트 3개 이상 시술)했을 때는 심장우회수술의 효과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데버는 새로운 약물 방출 스텐트로 지난해 복합 심장혈관 질환, 즉 당뇨병과 소혈관, 긴 병변 등을 겪는 관상동맥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재시술률은 택서스보다 낮았지만 심장 관련 부작용은 7.5%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해 국내에 출시된 2세대 약물 방출 스텐트 자이언스V(코발트와 크롬 합금으로 만든 약물 방출 스텐트)를 전 세계 1,3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한 결과, 심장혈관 병변을 대부분 치료하는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됐다.
또한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이 지난달 미국관상동맥중재시술학회(TCT)의 의뢰로 당뇨병 환자 1,200명 등 총 3,6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이언스V를 사용했을 때 기존 1세대 스텐트(스테인리스 스틸을 쓰는 스텐트)를 사용했을 때보다 심장 관련 부작용이 39%, 스텐트 주변에 혈전 발생이 74% 낮았다고 밝혔다.
다양한 환자 1,800명을 대상으로 자이언스V와 택서스를 비교 연구한 결과, 자이언스V의 심장 관련 부작용 발생률, 심장사, 심장발작(심근경색), 목표혈관재시술률 등을 종합한 수치가 6.2%로 택서스(9.1%)보다 낮았다.
애보트는 혈관에 삽입하는 기존 스텐트와 달리 인체 혈관에 흡수되는 신개념 스텐트인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다. 약물 방출 스텐트는 재협착률은 낮지만 철망이 닿는 혈관 내 벽 부분에서 혈전이 생겨 시술을 받은 환자는 혈전용해제를 1년 이상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신개념 스텐트는 인체에 흡수되는 데다 흡수 뒤에도 별 부작용이 별로 없다. 이 제품은 2012년 출시될 예정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 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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