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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의 학살자' 카라지치, 2차 공판도 출두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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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의 학살자' 카라지치, 2차 공판도 출두 거부

입력
2009.10.3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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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995년 보스니아 내전 직전 '학살자' 라도반 카라지치(64) 전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의 '이슬람계 보스니아인'에 대한 인종청소 계획이 생생하게 언급된 도청기록이 공개됐다.

27일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 유고전범재판소에서 열린 카라지치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유엔 소속 검사가 공개한 1991년 통화기록에 따르면, 카라지치는 당시 "그들(이슬람계 보스니아인)은 지구상에서 멸종할 것이다. 그들은 세르비아군이 사라예보를 포위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사라예보는 30만 이슬람인이 사망하는 거대한 가마솥이 될 것이다. 피로 가득 찬 욕조(bloodbath)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와 타임스 등은 이 같은 통화기록이 카라지치가 사전에 인종청소를 계획했으며, 이를 지시한 최고사령관임을 증명하는 주요 증거라고 보도했다. 검사가 도청기록을 어디에서 입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카라지치가 이슬람계와 크로아티아계 등 비세르비아계에 대한 학살에 나서면서 촉발된 보스니아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최악의 학살전으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 수도 사라예보가 세르비아군에 포위된 44일 동안 최소 1만2,000명이 학살당했다. 단일 인종과 종교로 '순수 국가'를 만들겠다는 게 이유였다.

카라지치는 1995년 7월 전범재판소에 기소됐으며 13년여에 걸친 도피행각 끝에 지난해 7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검거됐다. 11가지 학살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준비기간을 달라며 이날도 재판정 출두를 거부했다. 재판장을 맡은 한국출신의 권오곤 재판관은 "법정에 나오는 권리를 유보한 그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권리 포기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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