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2분기 당기 순이익이 예상보다 좋게 나타난 것은 환율 하락으로 외화 환산 손익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환율이 기업실적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그룹 상장계열사(151개)의 2분기 당기순이익 증가분(10조 488억원ㆍ전기 대비) 중 외화환산손익 증가분(2조 5,138억원)이 무려 25%를 차지했다.
외화환산손익이란 외화자산 또는 외화부채를 환산할 때 환율 변동으로 발생하는 환산 손익을 일컫는다. 우리나라 상장 계열사의 경우 외화부채가 외화자산보다 1.5∼4배 가량 많아 환율이 하락하면 외화환산 손익이 개선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보고서는 또 4분기 원ㆍ달러 평균 환율이 3분기 평균보다 10원 하락할 때마다 30대 그룹 상장계열사의 원화 환산 수출액은 8,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4분기 평균 환율이 1,170원(산업은행 전망)으로 떨어질 경우 현재 수준(3분기 평균 1,240.9원)을 유지할 때보다 30대 그룹 상장사의 원화환산 수출액이 5조7,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이는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단가가 올라가는 효과 때문이다. 보고서는 환율이 10% 하락하면 수출 단가는 2.65% 상승,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어렵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반면 '고환율'은 수출 단가를 낮춰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줬다. 실제로 1분기 평균 환율이 2005년 이후 최고치인 1,415원을 기록하자 삼성전자와 LG화학, SK에너지 등 주요 기업의 수출제품 단가는 28∼80% 하락, 세계시장 점유율이 크게 확대됐다.
보고서는 또 우리나라 기업들이 영업 실적을 모두 원화 기준으로 발표하고 있어 환율로 인한 왜곡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총수출의 경우 원화로 표시하면 상반기에 5.4%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달러표시 수출은 상반기에 22.3%나 감소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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