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재보선 민심은 한나라당을 외면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 민심 향방이 걸린 경기 수원 장안, 안산 상록과 충북 음성 ∙ 증평 ∙ 진천 ∙ 괴산에서 완패했다. 텃밭인 경남 양산에서도 고전 끝에 신승했고,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강원 강릉에서만 확실한 승리를 거뒀다. 결국 민심은 정권심판론과 거여 견제론을 내세운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6개월 전인 4∙29 재보선 참패에 이어 이번 재보선까지 패배함으로써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은 정국 운영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
한나라당의 패인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도 재보선 기간에 증폭된 세종시 수정 논란이 결정적이었다. 충북 음성 ∙ 증평 ∙ 진천 ∙ 괴산에서 큰 표차 패배가 뒷받침한다. 수도권 2곳의 전패에도 충청출신 유권자들의 이반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미디어법 강행처리와 4대강 살리기 사업 밀어붙이기 등 정부여당의 독선적 국정운영도 유권자들의 견제심리를 자극했다고 봐야 한다.
최근 친서민 중도실용론에 힘 입어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50%를 넘나들었지만 실제 민생 현장에서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음이 이번 재보선에서 드러났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살리기사업 등에 대해서는 국민의 여론을 세심히 살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마땅하다. 선거패배 책임을 둘러싼 논란보다는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대야 관계에서는 의석 수를 앞세운 밀어붙이기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번 승리로 향후 정국을 풀어가는데 상당한 힘을 얻게 되었다. 그렇다고 자만할 일은 아니다. 민주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정부여당의 실책에 의한 반사이익의 성격이 많기 때문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나 국민의 지탄을 받은 국회 파행 등의 구태를 되풀이 한다면 민심은 언제든지 돌아서고 말 것이다. 민주당도 이제 소수당이라는 자격지심을 떨쳐버리고 제1야당으로서 당당하고 책임 있는 정치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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