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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미디어법 결정/ 선거 결과·헌재 결정 희비… 뒤바뀐 여야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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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미디어법 결정/ 선거 결과·헌재 결정 희비… 뒤바뀐 여야 표정

입력
2009.10.3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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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29일 헌법재판소의 미디어 관련법 효력 인정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표결 절차가 위법하고 권한 침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불만을 나타냈다.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헌재의 이번 결정은 의회의 자율성을 존중해온 전통적 입장을 견지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미디어법 통과에 대한 위헌 시비의 근거가 사라진 만큼 야당은 더 이상 정략적 공세를 그만둬야 한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헌재가 열거한 일사부재의 등 절차적 문제는 야당의 폭력적 행위에서 야기된 것"이라며 "이제 야당은 미디어법 선진화를 위한 후속조치를 추진하는 데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시행에 들어가 절차를 밟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재가 국회 표결권과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안 원내대표는 "국회가 만든 법의 내용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헌재의 고유 업무지만 법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헌재가 투표과정을 심판하게 되면 정치에 관여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절차 문제에 대해선 각하하는 것이 옳았다"고 덧붙였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논평을 통해 "앞으로는 결코 국회의 일을 헌법재판소로 가져가는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결정을 존중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회의 의사절차와 관련한 사안이므로 청와대에서 따로 언급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면서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은 야권이 헌재 결정에 일제히 강력 반발하고 있어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이날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은 정기국회의 파행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민생 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위한 전략 마련을 원내 지도부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 지도부는 일단 야당과의 합의에 따라 국회 의사일정을 추진하면서 수석 원내부대표 회담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민주 "참으로 해괴한 결정"… 민노·진보 등도 반발

야권은 29일 미디어법 효력을 인정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비판과 성토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여기엔 절차적 위법성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법 통과를 되돌릴 순 없다는 헌재의 논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깔려 있었다. 곳곳에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와 뭐가 다르냐"는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헌재 스스로 존재 의의를 부정한, 참으로 해괴한 결정을 내렸다"며 "이를 교정하지 않고 넘어가면 앞으로도 국회 내 다수 세력이 어떤 불법 행위를 해도 넘어가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성토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헌재가 과거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관습헌법이라며 행정수도법 위헌 결정을 만들어냈던 것과 같은 망령을 조장하고 있다"며 "헌재 결정에 대한 원천무효 투쟁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세환 의원은 헌재 선고에 항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은 일단 미디어법 개정협상을 추진하는 한편 원내외 병행투쟁도 벌이겠다는 각오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총에서 "시민단체 등과 적극 연대해 언론악법 폐지ㆍ개정에 들어가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물론 한나라당이 재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민주당이 한나라당 태도와 상관없이 밀어붙일 기세여서, 미디어법 재개정 협상 문제가 연말 정기국회의 핵심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미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대리투표 등 표결과정의 위법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명분을 쌓기 시작했다.

한편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비록 기각결정이 났지만 의회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충분히 담보돼야 하고,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은 머리 숙여 반성하고 참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도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 판결은 마치 '위조지폐인건 인정하나 화폐로서의 효력은 없다고 할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절도는 범죄이지만, 절도한 물건의 소유권은 절도범에게 있다'는 식의 결정은 그 자체로 헌재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성호기자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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