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쉼터에 살면서 자립을 위해 꾸준히 저축을 해온 노숙인 2명이 올해 저축의 날 행사에서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았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수 년간 노숙인 생활을 해온 이상서(68ㆍ사진)씨와 박모(50ㆍ여)씨가 전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6회 저축의 날 기념식에서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았다.
이씨가 노숙인 생활을 하게 된 것은 2006년. 목공 일을 하면서 돈도 꽤 모았었지만 도박에 빠지면서 가진 재산을 다 날리게 됐고 이후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 이씨는 서울 종묘공원에서 노숙생활을 하다 우연히 거리 상담을 나온 복지사를 만나 노숙인 쉼터에 입소하면서 재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그 해 7월부터 서울시 자활사업에 참여하면서 월급 39만원 가운데 30만원을 저축했다.
이후 급여가 좀 더 나은 한강시민공원 청소 담당으로 일자리를 옮긴 후에도 월급의 80%를 꾸준히 저축해왔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씨는 지난해 매월 일정액씩 저축하면 서울시가 같은 액수만큼 지원하는 '희망 플러스 통장' 자격을 얻었다.
3년 여 동안 이씨가 저축한 돈은 모두 3,300여 만원. 이씨는 "통장 만기가 되는 2012년에 자그마한 낚시가게를 개업하는 게 꿈"이라며 "노숙인이라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씨의 사연은 더 안타깝다. 끊임없는 남편의 폭력 때문에 10여 년 전 두 아들과 함께 집을 나온 뒤 자신은 여성 노숙인 쉼터에 입소했고, 두 아들은 고시원을 전전했다.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 박씨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식당 일을 하며 저축을 했고, 이 결과 최근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었다.
"두 아들 명의로 청약저축을 붓고 있다"는 박씨는 지금도 월급 130여 만원 가운데 80만원을 저축하고 있다. 박씨는 "집을 나와서는 죽지 못해 살았는데 지금은 일하고 저축한 만큼 희망이 쌓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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