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참사 당시 화재 원인과 경찰의 강제 진압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어제 용산 참사 당시 망루 농성자 9명의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치사ㆍ상)를 모두 인정해 7명에게 징역 6년~5년을, 2명에게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량(징역 8년~5년)을 감안하면 중형이 선고된 셈이다.
피고인들의 유ㆍ무죄 및 형량 못지않게 관심을 끈 것은 화재 원인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망루 화재의 원인으로 농성자가 경찰특공대에게 던진 화염병을 지목하면서 경찰의 특공대 조기 투입은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고 밝혔다. 또 경찰에 대한 화염병 투척을 '국가 법질서의 근본을 유린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검찰과 변호인 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에서 검찰 손을 들어준 것이다.
판결에 대한 변호인과 피고인들의 반발에 이해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검찰이 피고인 측에 유리한 내용이 포함돼 있을 개연성이 높은 3,000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고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미제출 기록을 보고도 유죄를 인정하고 중형을 선고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재판부에 제출된 증거 기록을 토대로 내린 판결인 만큼 그 자체로 존중돼야 한다. 이미 변호인이 검찰의 수사기록 열람ㆍ등사 거부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만큼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헌재 및 항소심 재판에 대비하는 것이 정도다.
1심 판결로 정부는 공권력 투입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용산 참사 해결을 위한 정부의 책임을 희석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부에 '보이지 않는 개입'을 통한 원만하고도 신속한 사태 해결, 재개발 정책 전반에 관한 근본적인 해법 도출을 압박하는 측면이 강하다. 약자이면서 패자 입장이 된 용산 참사 희생자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아픔을 달래주지 못하는 강자는 더 이상 강자가 아니다. 용산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도 현실의 틀 속에서 원만한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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