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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조선 태종과 노파의 전설 아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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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조선 태종과 노파의 전설 아련히…

입력
2009.10.3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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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은 '치를 떨고 악이 받친다'는 농이 있듯 만만한 산이 아니다.

치악산의 주봉은 비로봉이다. 비로봉을 중심으로 남대봉 향로봉 매화산 삼봉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거대한 능선을 이룬다.

산세가 가파르고 험난한 강원 원주시 쪽을 외치악이라 한다면 산세가 완만하고 부드러운 횡성군 강림면 일대를 내치악이라 한다. 부곡지구는 바로 내치악 산행의 기점이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치악의 준령을 뚝 자른 동서 방향의 고갯길이 곧은치다.

부곡리는 가마솥 형태의 분지 지형을 이루고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비로봉에서 향로봉을 거쳐 망경대, 그리고 망경대에서 동으로 뻗는 산줄기가 다시 북으로 뻗어나가며 부곡리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산이 병풍처럼 감싸 풍수해가 들지 않고 비교적 넓은 들이 있어 아무리 흉년이 들었어도 쌀밥을 먹고 살았다는 곳이다. 예전 차편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부곡 주민들은 곧은치를 넘어 원주시로 장을 보러 다니곤 했다.

치악산 산행은 크게 구룡지구 황골지구 금대지구 성남지구 부곡지구 등으로 구분된다. 단풍철이면 구룡지구의 경우 토요일이나 일요일 하루 동안에만 1만명이 몰리는데 부곡지구는 많아 봤자 400~500명뿐이다. 치악산에서도 부곡지구는 험하지도 않고 인파에 시달리지도 않아 한적한 단풍 산책을 위한 최적의 코스다.

부곡계곡 입구 부곡리에는 조선 태종과 그의 스승 운곡 원천석 선생의 전설이 흐르고 있다. 운곡은 고려말 학자로 이방원의 어릴 적 스승이었다.

태조가 고려를 전복시키고 조선을 세운 뒤 그 아들인 이방원이 형제 간에 피비린내 나는 왕권 다툼을 벌이자 운곡은 낙향해 치악산 자락에 머물고 있었다. 왕위에 오른 태종은 스승에게 벼슬을 주기 위해 직접 부곡계곡으로 찾아 나섰다고 한다.

운곡 선생은 태종을 만나기 싫어 마침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는 노파에게 자신을 찾는 사람이 오거든 횡지암 쪽으로 갔다고 일러주라고 당부를 하고 반대 방향으로 피신했다.

그러나 거짓말을 했던 노파는 나중에 운곡을 찾은 이가 태종이란 것을 알고 왕을 속였다는 자책감에 바위 아래 소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이후 노파가 빠져 죽은 곳을 노고소라 불렀다. 태종이 스승을 찾아와 기다리던 언덕은 태종대라 이름 붙여져 누각이 세워졌다.

노고소와 태종대는 강림에서 부곡리로 가는 중간 천변에 위치한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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