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KTX를 타고 38분만에 천안아산역에 도착해 승용차로 10분거리인 충남 아산시 탕정면 명암리 삼성전자 LCD공장.
사업장의 LCD 7세대, 8세대라인과 모듈 공장건물 3채는 웅크린 공룡처럼 보였다. 규모가 가장 큰 건물인 8세대라인 생산동은 가로 230m, 세로 360m로 면적만 상암 축구 경기장의 6.4배, 높이는 20층짜리 아파트 보다 높은 60m에 이른다. 규모가 조금 작은 7세대라인도 가로와 세로가 각각 230m 360m에 높이가 55m다.
포도밭이었던 탕정 들녘이 세계 최대의 LCD생산기지로 변모할 줄 아무도 몰랐다. '탕정벽해'란 신조어가 어울린다. 삼성은 2003년부터 일본 소니사와 손잡고 포도나무를 뽑아낸 246만㎡(75만평)의 탕정1단지에 세계최대의 LCD 공장을 지었다.
201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할 예정으로 2005년 LCD 7세대라인 가동에 이어 8세대라인 가동이 한창이다. 1단지 옆 211만㎡(64만평)에는 2015년까지 약 10조원의 투자가 마무리 되면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디스플레이 산업단지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2015년 이후 삼성은 연간 300억달러 생산, 240억달러 어치의 LCD를 수출한다. 세계시장에서 유통중인 LCD의 4분의 1 이상이 '메이드 인 탕정'이다. 삼성관계사의 천안ㆍ아산 입성은 이 지역을 세계 최대의 반도체도시로 변신시켰다.
삼성은 탕정단지 조성 이전부터 천안과 아산시에 삼성전자LCD 5,6세대 라인과 삼성SDI, 삼성온양반도체, 삼성코닝정밀유리를 가동 중이다. 고용인력도 어마어마하다. 천안과 아산의 삼성 관계사에 근무하는 인력은 3만2,332명에 이른다. 협력사 직원 2만7,000명을 더하면 직원만으로 소도시를 만들 수 있다.
삼성과 협력사 임직원이 쓰는 돈만 해도 연간 4,000억원에 달해 지역경제의 가장 큰 견인차역할을 하고 있다. 유사업종을 끌어 모으는 역할도 하고 있다. 2004년 1,296개이던 아산지역 기업수가 지난해 1,727개사로 431개사가 늘어났다.
삼성이 지난해 낸 지방세는 308억원으로 탕정2단지가 본격 가동하는 2015년 이후에는 1,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아산시 전체 세수의 17%를 차지했다. 아산시 자체사업 5개 가운데 하나를 삼성이 낸 세금으로 해결하는 셈이다.
국세도 8,600억원에 달한다. 고용창출에 의한 경제효과는 2조3,000억원 규모다. 삼성은 직원들을 현지화 하기위해 39층짜리 아파트 '트라팰리스'3,781세대를 건설 중 이다. 1단계 2,225세대가 올 2월 입주했다.
입주 이후 인구수 1만3,030명의 탕정면은 3만명 수준으로 늘었고 면민 두 명 중 한 명이 '삼성가족'이다. 삼성 LCD 이유인 과장은 "2015년 탕정산업2단지가 완성되면 천안에 있는 삼성SDI 단지를 합해 모두 225만평 규모가 된다"며 "탕정을 세계 최대의 LCD 클러스터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성장은 아산과 천안지역 주민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역할을 하고 있다. 천안시 두정동과 불당동, 아산시 배방면의 새로운 주거ㆍ상업단지는 '삼성맨'배후도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지역은 기존 원도심을 누르고 이 지역 최고의 상권으로 자리잡았다.
삼성이 없었다면 천안시와 아산시가 각각 인구수 55만명, 25만명을 넘는 도시로의 성장은 불가능했다. 삼성을 통해 인구 50만명의 도시로 성장하려는 아산시는 '삼성 모시기' 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아산시는 삼성직원자녀 교육을 돕기위해 교육환경개선에 올인했다. 충남외고와 탕정중학교를 신설했다.
부족한 산업단지확보에도 발벗고 나섰다. 하수처리장 등 기반시설 용지 지원 및 시내버스의 운행 횟수를 늘려주는 등 행정지원에 적극적이다. 천안시도 삼성 지원 전담부서를 설치했다. 2011년 말 완공될 3산업단지 확장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산업단지 안에 삼성 직원 전용아파트 4,500세대 건축도 허가할 계획이다. 또 2010년 착공예정인 경전철 노선을 삼성전자 천안사업장과 인접한 곳에 설치하기로 했다.
아산시 관계자는 "삼성 덕에 LCD 관련 회사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중국 업체들까지 투자 문의를 해 오고 있다"며 "사회ㆍ문화적 욕구와 수준이 높은 삼성 가족에게 아산시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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