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가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에 투자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쌍용차는 최근 피아트에 채무, 노사 관계 그리고 향후 발전 계획 등을 담은 투자제안서를 보냈다. 이와 관련 쌍용차 고위 관계자는 "다음달 6일 법원의 회생안 의결 전에 피아트라는 특정 업체를 공식적으로 밝히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몇몇 해외업체에 제안서를 보내고 접촉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양측의 이해 관계가 잘 맞아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쌍용차는 전략적 투자자를 찾아 완성차 업체로서 회생하려고 하고 있고, 피아트는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중국 등 신흥시장 진출을 강화하려는 글로벌 전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유일 쌍용차 공동관리인(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 지역 진출 경험이 적고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선진 자동차 업체와 접촉하고 있다"며 "12월 중 매각 작업에 들어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피아트는 한때 부도 위기에 몰린 적도 있지만 최근 세계적 경기 침체 이후 오히려 급성장하는 대표적 유럽 자동차 업체. 경ㆍ소형 차 생산에 강점을 갖고 있는 피아트는 올 6월 자신보다 덩치가 큰 미국3위 업체 크라이슬러의 경영권을 인수, 세계자동차 업계의 큰손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GM의 유럽 자회사 오펠을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에 합병하려 하다 무산됐다.
쌍용차의 매각대금은 대략 6,500억원으로 자산을 감안할 때 3,000억~4,000억원이면 인수가 가능하다. 따라서 피아트의 자금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피아트의 글로벌 전략에서도 쌍용차는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피아트는 소형차를 주력 생산하면서도 올해 중국 판매순위 15위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GM의 상하이차와 같은 적절한 파트너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피아트는 뒤늦게 중국에 엔진 공장을 설립하고 합작법인을 만들었으나 단 시간내 중국에서 호성적을 내기는 아직 무리다. 따라서 중국업체보다 뛰어난 기술을 보유했을 뿐아니라 상하이차와 손을 맞춰 본 쌍용차는 충분히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한 자동차 전문가는 "전략적으로 피아트에게 쌍용차가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노사관계, 채권자와의 관계 등에 대한 확신이 없이는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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