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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남북관계와 북핵 '쌍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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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남북관계와 북핵 '쌍끌이'

입력
2009.10.3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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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속도를 내다 주춤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접촉이 공개되면서 남북 당국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느낌이다.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 수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북핵 문제는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성 김 미국 국무부 6자회담 특사의 실무 접촉이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어 성과가 기대된다. 이번 접촉만으로 양측의 근본적 입장 차가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오바마 정부 들어 첫 정부간 공식 접촉이란 의미가 크다.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의 온도 차가 느껴진다. 하지만 올해 안에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의 개선은 시급하다.

정상회담 접촉 계속될 듯

최근 남북관계는 북핵 문제의 흐름, 북미관계의 개선 속도에 상당부분 영향을 받고 있다. 북핵 문제, 북미관계가 풀려가면서 남북관계도 덩달아 개선되었다.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의 방북 이후 눈에 띄는 남북관계 진전에는 미국과 중국의 대북, 대남 압박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김정일 위원장 면담 때부터 남북관계 개선 없이 북미관계의 획기적 개선이 어렵다는 입장을 강하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남북관계 개선을 이례적으로 강하게 주문했다. 미국과 중국이 남북한 당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 국면에서 북한 당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섰다. 임진강 수해 참사에 유감 표명이 이뤄졌다. 이산가족 상봉도 신속하게 진행됐다.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노련한 남북대화 실무자인 원동연 아태평화위 실장을 대동하고 베이징을 통해 싱가포르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싱가포르에서 남측 주요인사와 3차 정상회담을 논의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 쪽의 '실수'가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김 위원장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워싱턴으로 가기는 어렵다는 판단 아래 남북관계에 적극성을 띠고 있다고 본다. 통미봉남이 아니라 '통남통미'를 의식한 것이다. 물론 그것은 남북관계를 고려했다기보다는 북미관계를 풀기 위한 전술적 입장 변화다.

우리정부는 북한의 적극적 대남 행보에 북핵 문제, 특히 6자회담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대북정책을 유연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북핵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킨 남북 정상회담이라면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입장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이 지속되는 한,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낼 공간은 없다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우선 반갑다.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한국의 지렛대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북핵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우리 정부 안팎에서 남북 정상회담 얘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다. 지금 남북 정상회담은 겉으로 연기는 나지 않지만 숯은 타고 있고, 불쏘시개만 대면 불이 일어날 수 있는 과정으로 읽힌다. 정상회담 논의는 중단된 게 아니라, 물밑 접촉을 통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북핵 문제 진전이 시급

우선은 북핵 문제 진전이 시급하다. 북핵 문제가 성과를 거두면, 남북관계도 속도를 내는 것이 현재의 구도다. 당장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북미간 실무접촉이 성과를 거둬야 한다. 북한은 제재를 풀어야 6자 회담에 나온다는 입장이고, 미국은 핵 폐기 과정을 북한이 먼저 보이길 요구하고 있다.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번 실무접촉에서는 북미 양자대화가 11월에 열릴 수 있도록 장을 열기만 해도 큰 성공이라고 본다.

이번 접촉에서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북미가 최소한의 신뢰를 쌓는 출발점을 만들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가 북핵 문제 해결과 속도를 같이하는 '쌍끌이' 진전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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