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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핑크영화제' 내달 5~11일 씨너스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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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핑크영화제' 내달 5~11일 씨너스 이수

입력
2009.10.3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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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관객들을 대상으로 '야한 영화'만 모아 상영하는 핑크영화제가 씨너스 이수에서 11월 5~11일 열린다. 2007년 첫 행사 때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 호응에 힘입어 올해로 3회까지 오게 된 행사다. 남성 관객들은 11월 6일과 8일, 이틀만 입장할 수 있다.

'핑크영화'는 일본의 저예산 성애영화를 가리킨다. '제작비 300만엔(3,900만원), 촬영 기간 3일, 35mm 필름 사용, 베드신 4~5회, 러닝타임 60분'이 핑크영화의 룰. 없는 돈에 찍으려니 생긴 규칙이지만, 그것만 지키면 자유로운 창작을 보장하기 때문에 많은 유명 감독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며 50년 넘게 이어져왔다. 지금도 매년 70편 정도 만들어지고 있고, 성인영화관에서 상영한다.

핑크영화제 프로그래머 주희(씨너스 이수 이사•사진)씨는 "이 영화제가 성을 어둡고 음습한 것이 아닌 자연스런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진지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창으로 핑크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1980년대 초반 TV 어린이 연속극 '호랑이 선생님'의 아역 스타 출신. 고교 졸업 후 93년 일본 유학을 떠나 영화 공부로 박사학위를 받고 2005년 돌아왔다. 그에게 핑크영화와 올해 핑크영화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왜 여성 관객만 들어오게 하나.

"핑크영화는 원래 남성 관객이 대상이고 성인영화관에서 트는 영화이지만, 단순한 성애영화를 넘어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나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을 다루는 작품이 많다. 성 문화를 밝고 건전하게 개선하려면 여성의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여성 관객만 받게 됐다. 남자들이 음습하게 보는 것을, 여자들이 당당하게 보자는 거다. 남성 관객들의 항의가 많았다. 언젠가는 개방하려고 한다. 부부나 연인 등 남자와 여자가 같이 봐도 어색하지 않게 됐으면 좋겠다."

핑크영화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 핑크영화는 단순한 에로영화가 아니다. 일본의 많은 유명 감독들이 거쳐간 중요한 장르이고, 말초신경이나 자극하는 성애물이 아니라 '작품'으로 말하는 영화다. 와카마츠 코지 감독은 '핑크영화는 정규군을 때려부수는 게릴라와 같다'고 했다. 핑크영화 감독들은 말한다. '핑크영화는 학교다, 고향이다, 지금을 있게 해준 토대다, 영화이고 싶다, 영화다'라고. '굿'바이'로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다키타 요지로 감독은 "영화 만드는 자유를 핑크영화에서 배웠다"고 했다. '쉘 위 댄스'의 수오 마사유키 감독, 공전의 히트작 '박치기'의 이즈츠 가즈유키 감독도 핑크영화 출신이다.

올해 핑크영화제 프로그램은.

"5개 섹션에서 총 10편을 상영한다. 마스터피스 섹션 3편은 일본의 거장 감독들이 1980년대 핑크영화 전성기에 만든 걸작으로, 데뷔 시절의 발칙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웰메이드 섹션은 완성도 높은 명작 2편, 핑크 컬트로는 핑크영화 중에도 이색적인 작품 2편, 뉴웨이브 섹션은 핑크영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최근작 2편을 골랐다. 핑크 다큐로 선보이는 '안녕 유미카'에는 에로영화를 보는 한일 양국의 시각 차이가 뚜렷이 드러난다.

2005년 34세로 요절한 '핑크영화의 여왕' 하야시 유미카를 다룬 다큐다. 그가 한국 에로비디오에 출연한 유일한 작품이 '도쿄 유부녀 준코'인데, 거기 참여했던 한국 감독과 배우, 스탭을 만나 그의 실체와 흔적을 더듬어간다. 한국 배우들은 그 비디오를 찍은 것을 창피해했지만, 일본에서는 유미카가 죽었을 때 두꺼운 책이 나오고 추모전도 열렸다. 한일 양국의 성 의식이 그만큼 다르다."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2007년 첫해에는 호기심에 보러 온 사람이 많았다. 한 번으로 끝날 줄 알고 1회라고 붙이지도 않았는데 객석 점유율이 80%를 넘고 매진도 나와 놀랐다. 지난해 2회는 1980년대 '핑크영화 사천왕'으로 불리는 네 감독의 작가주의 작품을 중심으로 진행했더니 너무 무겁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핑크영화의 독특한 개성과 작품성에 매료된 매니아들이 생겼다. 객석은 완전히 대중목욕탕의 여탕 분위기다. 웃고 솔직하게 반응하고. 노년의 엄마와 딸이 노인의 성애를 다룬 작품을 함께 보는 것도 봤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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