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이틀 앞둔 지난 7월30일(이하 한국시간). 클리블랜드는 왼손투수 클리프 리(31)와 외야수 벤 프란시스코를 필라델피아로 보내면서 유망주 4명을 받았다. 리는 지난 시즌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22승3패, 평균자책점 2.54) 수상자. 팀 성적이 바닥을 헤매던 클리블랜드는 시즌 초반 흔들리던 리를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미래를 선택했다.
트레이드 이후 3개월. 65승97패로 시즌을 마감한 클리블랜드가 쓸쓸한 가을을 보내는 사이 '이적생' 리의 주가는 날로 폭등하고 있다. 29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1차전에 선발 등판한 리는 9이닝 6피안타 10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완투승을 거뒀다. 개인통산 월드시리즈 첫 승. 리의 눈부신 호투에 힘입어 6-1로 이긴 필라델피아는 2년 연속 우승 앞으로 산뜻한 첫 발을 내디뎠다.
리는 122개(스트라이크 80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4사구를 한 개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정상급 제구력을 뽐냈다. 필라델피아 이적 후 7승4패 평균자책점 3.39를 기록한 리는 포스트시즌 들어 벌써 3승을 챙겼다. 평균자책점은 0.54로 경이로운 수준이다.
이날 양키스 마운드에 올라 리와 선발 대결을 벌인 CC 사바시아 역시 클리블랜드 출신. 2007년엔 리에 앞서 사이영상을 품에 안기도 했다. 사바시아는 7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으나 팀 타선 불발 탓에 패전투수가 됐다. 기대를 모았던 양키스 4번 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체면을 구겼다. 로드리게스를 비켜 간 스포트라이트는 필라델피아 3번 타자 체이스 어틀리의 차지였다. 어틀리는 연타석 홈런으로 2타점을 올리는 한편 포스트시즌 26경기 연속출루 신기록을 세웠다.
양 팀의 2차전은 3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1차전서 출격 기회를 잡지 못한 필라델피아 불펜요원 박찬호는 2차전 구원 등판이 기대된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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