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결혼식을 늦은 오후에 치렀다. 해가 뉘엿한 오후 5시께 신랑 신부가 초례청에 들어서면서 시작되는 예식은 멀리서 온 친지들이 풍성한 저녁상 앞에서 신혼부부에게 덕담을 던지고, 짓궂은 친구들이 신랑의 버선발에 방망이질도 해 가며 흥겹게 이어졌고 밤새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흥취를 현대적으로 살려 낸다는 기획 아래 1박 2일 결혼식을 주최하는 곳이 생겼다. 복합 문화ㆍ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너리굴문화마을이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경기 안성시에 자리한 너리굴문화마을은 11만평의 대지 위에 펜션형 객실을 갖추고 도자공예, 천연 염색, 과학 공작, 천연 화장품 만들기, 곤충 교실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문화 교육 공간이다.
임계두 원장은 "뒷사람에게 떠밀리듯 치러지는 예식에 질린 사람들, 결혼식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이용해 자연 속에서 친지들과 뜻 깊은 하룻밤을 같이 지내고픈 사람들을 위해 전통 결혼 풍습에서 힌트를 얻어 1박 2일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오직 한 쌍을 위해 준비하는 1박 2일 결혼식'이라는 모토 아래 결혼식은 드넓은 공간을 전부 사용한다. 피로연의 경우 세대 간 놀이 문화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 각기 다른 공간에서 동시에 파티를 벌일 수 있도록 준비한다.
야외 결혼식장과 실내 결혼식장이 완비돼 있어 신랑 신부가 직접 선택할 수 있고 하객들은 다양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전체 건물이 아닌 부분 숙소만 사용할 경우 한 쌍의 예식 비용은 3,000만원 정도로 일반 웨딩홀 예식에 비해 가격 부담도 크지 않은 편.
다만 아직은 1박 2일이라는 무게(?)로 인해 이용객은 많지 않은 편이다. 임 원장은 "지난해부터 1박 2일 웨딩을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는 정말 친한 가족들 100명 내외만 초청한 결혼식이 3번 있었을 뿐 아직은 당일 웨딩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독특하고 품격 있는 웨딩을 원하는 사람들이 느는 만큼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즐기는 이 프로그램의 장점이 곧 부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국내서 1박 2일 웨딩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너리굴문화마을이 유일하고 일부 콘도의 경우 야외 웨딩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당일 웨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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