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민주당에 거액의 선거자금을 낸 기부자들을 백악관에 초청하거나 정부 정책을 미리 알려주는 등의 특전을 베푼 사실이 드러나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워싱턴타임스는 28일 민주당전국위원회(DNC)의 문건을 입수, "기부자들이 백악관에 초청받아 영화관과 볼링장 등을 이용하고,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로부터 직접 브리핑을 받는가 하면 주요 정책결정과정을 이메일로 미리 전달받는 특전을 제공받았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이 특혜를 베푼 기부자들은 내년 중간선거 선거자금으로 적게는 3만400달러에서 30만달러를 기부하거나 기부를 약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유세 당시 고액 기부자들에게 특전을 베푸는 백악관의 관행을 비판하면서 당선되면 이를 근절하겠다고 공언한바 있어 이번 일로 오바마 행정부의 도덕성이 여론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 신문에 따르면 UBS 아메리카의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울프는 오바마가 여름 휴가를 보낸 마샤 빈야드 휴양지에서 함께 골프를 쳤으며, 50만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끌어 모은 플로리다의 기업인 마크 길버트는 백악관이 정기적으로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최신 경제정보를 접하고 있다. 기부자들은 자신의 생일 때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를 방문하거나, 백악관 볼링장과 오바마 대통령 거처 지하실의 영화관을 이용하기도 했다. 3월 아일랜드 민속명절인 '성 패트릭스 데이'를 기념하기 위해 백악관 잔디에서 열린 화려한 이벤트에는 최소 39명의 기부자들이 초청받았다.
이밖에 짐 머시너 비서실 차장은 8월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기부자들을 모아 놓고 건강보험 개혁 상황에 대해 직접 브리핑했다.
이에 대해 댄 파이퍼 백악관 공보담당 부국장은 "기부자들의 백악관 방문을 금지하지 않고 있지만, 기부를 이유로 백악관에 초청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며 정치쟁점화 할 태세다. 선거감시 민간단체들도 "변화를 주창한 오바마 대통령이기 때문에 더욱 놀랍다"며 "과거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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