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이나 컴퓨터 바이러스 등 각종 위협으로부터 국내 전산망을 보호하는 국가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잘못으로 인터넷 메신저가 불통되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심지어 KISA측에서는 자신들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민간기업에 잘못을 떠넘기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7일 오후 9시부터 28일 오전 10시30분까지 12시간 이상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N 메신저가 불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MSN 메신저는 국내에서 1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사고 원인은 방송통신위원회 산하기관인 KISA의 오류 때문. KISA에서는 악성 코드 등이 의심되는 유해 사이트 목록을 작성해 매일 인터넷접속서비스(ISP) 업체에 전달한다. 여기에 KISA 실수로 MSN 서버 목록이 포함된 것. 복수의 ISP 업체 관계자는 "매일 KISA에서 악성 코드로 의심되는 유해 사이트 목록을 보내서 접속 차단을 요청하는데 여기에 MSN 서버가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KISA의 악성 코드를 탐지하는 보안 장비에서 MSN의 정상 접속 신호를 악성 코드로 탐지해 유해 사이트로 분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MS 관계자도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MS 서버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KISA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잘못된 설명만 늘어 놓았다. KISA 관계자는 "28일 오전에 KT로부터 MSN 불통 사실을 보고 받아 장애가 발생한 것을 알았다"며 "확인 결과 MS 서버 문제였다"고 사실과 다른 해명을 했다.
심지어 방통위에도 사실과 다른 보고를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28일 오전에 KISA에서 MSN 접속 장애를 전화로 보고 받았다"며 "원인이 MS 서버 문제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터넷업체들은 "KISA에서 'MS 문제'로 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KISA의 사건은폐사실을 폭로, 파문이 일고 있다. ISP 관계자도 "MS 문제로 해달라는 KISA의 요청이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KISA에서 문제가 될 경우 곤란한 만큼 MS 문제로 해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하지만 사실은 KISA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KISA 측에서는 문제가 커지자 이를 뒤늦게 시인했다. KISA 관계자는 "실수로 MSN 서버가 유해 사이트 목록에 포함된 것은 맞다"며 "하지만 MS 서버에도 일부 문제가 있었던 만큼 양 측 모두의 오류"라고 해명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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