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이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뚫고 월북한 사건이 발생했다. 군 통제구역과 경계선을 쉽사리 침투해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것이 놀랍다. 더구나 북한 언론이 월북 사실을 보도할 때까지 군은 철책이 뚫린 것을 모르고 있었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허술한 경계태세를 철저히 점검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후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엄중히 살펴야 할 것이다.
월북한 강모씨(30)는 뚫린 철책선 부대의 전방관측소(GOP)에서 2년간 복무했다고 한다. 주변 지형지물과 경계상황 등에 익숙할 것이다. 철책선 너머 군사분계선에 이르는 지뢰지역과 작전용 통로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때문에 상식적으로 불가능할 듯한 월북에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다.
2004년에도 신원 모르는 30대 남자가 철책을 뚫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사건이 있었다. 이듬해에는 굶주린 북한 병사가 넘어와 인근 마을에서 초코파이를 훔쳐 먹으며 지내다 붙잡힌 희한한 일이 있었다. 남북이 삼엄하게 지키는 군사분계선이 말 그대로 물샐 틈 없는 방벽은 아니다. 3중 철책도 침투를 어렵게 할 뿐이다. 적이 침투한 사실을 신속하게 인지하고 대응하도록 하는 게 주된 용도라고 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최전방의 전반적 경계태세가 허술함을 드러낸 것이다. 아무리 야간이지만 월북자가 경계지역을 지나 철책을 넘어갈 때까지 경계병과 각종 감시장비가 무용지물이었던 사실은 적의 침투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다음날 오후까지 철책 손상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침투한 적이 후방을 위협하는 것을 신속하게 차단할 때를 놓친 것과 같다. 형사사건으로 지명수배된 개인의 월북이 적잖이 우려를 갖게 하는 이유다.
적의 침투가 뜸하다고 경계가 느슨해져는 안 된다. 무엇보다 군 자체의 안전이 위험할 수 있다. 경계태세를 빈틈없이 보완하고, 필요하면 감시장비도 늘려야 한다. 특히 철책 절단 사실을 제대로 확인, 보고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올바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