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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다 '아방궁'인데… 문화없는 문예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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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다 '아방궁'인데… 문화없는 문예회관

입력
2009.10.3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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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치구마다 지어놓은 문화예술회관 활용도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수백 억원씩을 들여 경쟁적으로 문예회관건립에 나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소외지역 발전과 문화의 저변확대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활용도가 높지 않아 중복투자와 혈세낭비, 단체장 치적 쌓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전남 장성군은 올해 2월부터 총 사업비 220억원을 들여 장성읍 기산리에 연면적 5,943㎡, 관람석 900석 규모의 문화예술회관을 짓고 있다. 2011년 3월 완공예정이다.

당초에는 1,000석 규모로 2006년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군의회가 예산낭비라고 제동을 걸어 사업추진이 늦춰졌다. 신축중인 문예회관은 광주 북구 운암동 1,700석 규모의 광주문화예술회관까지 승용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다.

경북 안동시 안흥동 낙동강변에 건립중인 안동문화예술회관도 마찬가지다. 495억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로 짓고 있는 이 건물은 1,000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소공연장(288석)을 갖추고 독일식 무대개폐장치 등을 갖춰 대형 오페라 공연까지 가능하다.

국제경기가 가능한 24레인의 볼링장과 국제회의장도 들어선다. 인근에는 884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414석의 소공연장을 갖춘 안동시민회관이 있다.

이미 건립된 지방 문예회관은 대부분 놀리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 인제군은 367억원을 들여 올 8월 공연장과 스포츠센터 등을 갖춘 '인제 하늘센터'를 개관했다. 연극이나 뮤지컬은 물론 오페라 공연까지 가능해 국내 어느 문화시설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686석의 대공연장은 한달에 한번 정도 예술공연과 영화상영만 할 뿐 대부분 비어있다.

해당 지자체들은 공통적으로 소외지역을 발전하고 문화체험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문예회관 건립을 단순히 수익성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문예회관 운영과정에서 다소 적자를 보더라도 군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부분 단체장 치적 쌓기로 수요에 맞지 않는 대형시설을 건립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사업구상때부터 철저한 수요조사와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에도 최근 3년간 25개 자치구 문화예술회관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1,541억원을 투입했음에도 평균 가동률이 59.4%에 불과해 '돈만 먹는 하마'라는 비판이 많다"면서 "지방의 경우에는 십중팔구 엄청난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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