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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남녀] 사람의 고향, 음식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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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남녀] 사람의 고향, 음식의 고향

입력
2009.10.3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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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글을 쓰다 보면 하루하루가 공부의 연속이다. 산지에서부터 먹는 방법, 음식 궁합에 만드는 장인들의 인터뷰까지 커버하다 보면 생각보다 바쁜 스케줄을 따라야 한다. 식 재료나 '맛' 만드는 이들에 관한 공부를 정신 없이 하다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음식이든, 사람이든 '동향(同鄕)' 출신끼리 끌린다는 사실!

그 사실을 크게 보면 한국 음식에는 막걸리나 전통주와 같은 한국 술이나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찻잎으로 우린 차 한 잔이 더 어울리고, 프랑스 음식에는 프랑스 와인, 일본 음식에는 사케(일본 청주)가 어울린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들어가 보면 같은 한국 음식이더라도 경주에서 먹는 한정식에는 교동법주가, 안동에서 먹는 고등어조림에는 안동소주가 어울린다. 프랑스 요리의 경우도 이 패턴을 벗어나지는 않는데, 가령 와인 산지로 잘 알려진 부르고뉴식으로 요리한 달팽이 한 접시는 부르고뉴산 와인이 어울리는 식이다.

같은 고향 출신끼리 잘 어울린다는 사실은 음식이나 사람이나 같은 모양이다. 사람들도 가까운 동네에서 나고 자란 이들일수록 생활 환경이나 습관, 말버릇이나 몸짓이 빠른 시간 안에 통해 버린다. 비슷한 일조량과 비슷한 성질의 흙, 그 안에 흐르는 비슷한 맛의 물을 먹고 자라면 식 재료든, 사람이든 서로를 더 친근하게 느낀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사람을 만날 때 "고향이 어디세요?"라고 자주 묻게 된다. 우리 세대들은 대도시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부모들의 고향은 대한민국 구석구석 다양한데, 그들이 대도시에 터를 잡고 낳은 우리들은 대부분 흙도 못 밟고 자란 건조한 아이들인 것이다. "저는 고향이 서울입니다"라고 예상했던 대답이 돌아오면, 부모님의 고향이나 조부모님의 고향도 묻는다. 그러다 보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가운데 얼추 동향인 사람들이 한둘은 나오게 마련이다.

거기까지 말문을 열면, 화제가 다양해진다. 할아버지 대(代)의 이야기, 어릴 적 먹던 음식 이야기, 할머니가 들려 주시던 마을의 귀신 이야기가 좌라락 펼쳐진다. 서먹했던 이들의 대화에 활기가 붙고, 각자 잊고 살던 오랜 사연들이 공개된다. 나고 자란 곳을 따져 물어 편을 가를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곳곳의 사연과 먹거리들을 널리 나누자는 취지에서라면 '고향'이라는 키워드는 정답다.

박재은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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