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이 아니라 고급 메인 요리가 돼야 하잖아요. 만요를 제 색깔로 부르는 것, 그것만 생각해요."
뮤지컬 '올슉업'에 '마틸다' 역으로 출연, 관객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는 배우 박준면(33)은 11월 12~15일 공연되는 '박준면ㆍ하림 천변살롱'을 앞두고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
"제 이름 걸고 모노드라마나 콘서트 여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공연 일이 닥치니 너무 이른 것 같기도 하네요."
'천변살롱'은 희극적인 대사와 살랑대는 춤을 섞은 음악극으로 뮤지컬과 비슷하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 에서 이름을 따 당시 대중음악이었던 만요(漫謠) 15곡을 소개한다. 만요는 트로트, 신민요와 달리 일상의 소소한 내용을 다루면서 사회풍자를 곁들인 장르로 '오빠는 풍각쟁이' '왕서방연서' 등이 대표 곡이다. 아코디언 연주자 겸 가수 하림이 박준면의 파트너로 출연하고 기타,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 음악을 라이브로 전달한다. 천변풍경>
박준면은 드라마 '아현동 마님'에서 마흔 살 철부지로, 영화 '권순분 납치 사건'에서 키 2m가 넘는 거인증 환자로 나와 자신을 대중에게 알렸다. 하지만 그가 먼저 진출한 쪽은 연극이었다. '아현동 마님' 등에 앞서 그는 1994년 연극'노부인의 방문'에 출연했으며 이후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 '하드락 카페' 등에 조연으로 나왔다.
공연을 기획한 두산아트센터 측은 박준면을 눈 여겨 보았다가 지난해 이곳에서 공연된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를 계기로 '천변살롱'의 캐스팅을 확정했다. 그의 말대로 데뷔 15년 만에 '멋있는 조연에서 당당한 주연'으로 등극한 것이다.
"저를 정말 잘 선택했어요(웃음). 저는 흑인 재즈와 블루스 음악을 들으며 자랐고 데뷔 후 가수로 전향할 생각도 하고 있었어요."
그가 보는 만요는 '가사는 우습지만 멜로디는 세련된'노래다.
"1930년대 언어로 된 가사를 외우는 것이 가장 힘들어요. '왕서방연서'에서 '띵호와~띵호와~'같은 가사를 중국말처럼 맛깔스레 발음하는 것도 어렵고요. 조연할 땐 메인 1곡에 듀엣 1곡 정도만 외우면 됐는데 15곡이라니. 어휴."
박준면은 그러나 이내 "저는 춤, 노래, 연기 골고루 갖춘 배우가 아니라 셋 다 훌륭하게 소화하는 배우"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렇게 하고 싶다는 일종의 자기 암시다. 95년 '명성황후' 앙상블 이후 주연을 맡기까지 겪었던 실패와 역경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지 급기야 눈물을 보였다.
한국뮤지컬대상을 앞두고 곱게 화장한 얼굴이 얼룩덜룩해 졌지만 프로답게 곧 다시 웃었다. "넘어지면 오뚝이처럼 일어났어요. 그러는 사이에 공연계도 많이 변했고요. 준비된 스타들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좋지만 남의 눈을 노리거나 티켓을 팔기 위한 캐스팅에는 부정적이에요."
주연을 맡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억울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단계를 밟아 나가며 소중한 경험을 쌓았으니 다시 데뷔해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홍대 앞에 갔다가 제 모습이 인쇄된 공연 포스터를 보고 부담이 더 커졌어요. 동갑내기 하림과 박준면이 일 냅니다. 아시아 순회공연이 목표예요."
굳이 예스럽게 부르지 않으려 한다는 그의 현대적인 만요는 어떤 느낌일까.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02)708-5001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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