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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완이 몰려온다/ <중> LCD, 현지화로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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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완이 몰려온다/ <중> LCD, 현지화로 뚫는다

입력
2009.10.2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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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중국 전자영상시각산업협회와 하이센스, 하이얼, 스카이워스, 콩카, 판다 등 중국의 8대 가전업체 경영진들이 대만을 방문했다.

이들은 AUO, CMO 등 대만의 주요 액정화면(LCD) 패널 생산업체들을 방문해 올해 22억 달러 규모의 대만산 LCD 패널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구매 사절단이 내린 결정은 단순 구입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2분기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LCD 업체들의 점유율이 1분기 40%에서 37%로 곤두박질쳤다.

반대로 대만 LCD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52%에서 54%로 올라갔다. 대만 CMO의 경우 스카이워스, 하이센스, 콩카 등 중국의 2~4위 LCD TV 제조업체들이 사용하는 패널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이미 LCD 산업에서는 차이완 효과가 가시화된 셈이다.

중국과 대만의 전략적 협력 가시화

중국과 대만이 LCD 산업에서 손을 잡은 배경에는 양국의 전략적 이해 관계가 얽혀 있다. 중국이 노리는 것은 LCD를 전자산업의 핵심 기반 기술로 보고 국가적 차원에서 기술 경쟁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복안이 깔려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등지에 지방 정부와 국유 기업을 대주주로 세워 BOE, SVA-NEC, IVO 등 3대 박막 액정화면(TFT-LCD) 업체를 육성했다. 그러나 원천 기술의 열세로 아직까지 한국 및 일본 업체들과 3, 4년의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 일본, 대만업체들은 이러한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LCD 생산시설의 핵심은 자국에 두고 단순 조립 시설 공장만 중국에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국으로서는 자국내 LCD 산업 육성이 한계에 부닥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은 외국 업체들의 자본 투자나 기술 제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만의 경우 지리적으로 가깝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의사 소통이 편리해 한국, 일본보다 우선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만 정부도 첨단 산업의 중국 투자 불허 방침을 최근 완화하는 분위기다. 여기에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에 비해 열세에 놓인 자국 LCD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깔려 있다. 특히 대만 LCD 업체들은 지난해 공급 과잉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 업체들은 기술이 앞서다 보니 공급 과잉 상황에서도 수요자들이 먼저 찾았고, 원가 절감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 바람에 대만 업체들은 생산 시설의 절반 이상을 가동 중단해야 했다.

대만은 이 같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LCD 산업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또 중국이 워낙 거대한 가전 시장이라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배경이다.

삼성 LG, 현지화로 뚫어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LCD 생산업체들은 차이완 효과의 대비책으로 제품 다양화와 현지화 전략을 꼽고 있다. 우선 국내 업체들은 대만 업체들보다 기술력에서 앞서 원가를 그만큼 낮출 수 있어서 가격 경쟁력이 높다.

따라서 다양한 제품을 싸게 공급해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을 우선 꼽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들어 중국 시장에 공급하는 LCD 패널을 19인치부터 55인치까지 다양화했다"며 "장원기 LCD 사업부 사장을 포함해 경영진들이 직접 중국 평판 TV업체들을 만나는 등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화 전략은 보다 적극적인 차이완 효과 대비책이다. 아예 생산 시설을 중국에 설립해 현지에서 TV 업체들을 공략하겠다는 것. LG디스플레이는 2011년 가동을 목표로 총 40억 달러를 들여 중국 광저우에 8세대 LCD 생산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2012년까지 2조6,000억 원 규모의 7.5세대 LCD 생산 시설을 쑤저우에 건설할 계획이다. 정부의 기술 수출 승인 심사가 진행 중이어서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진행될 경우 우리 업체들은 대만에 앞서 발 빠르게 현지 생산 시설을 갖추게 된다.

현지 공장은 운송비 등 비용 절감 효과도 있지만 중국 가전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 정부는 올해 2월 중국 정보전자산업 진흥계획에 따라 자국에서 생산하는 LCD TV의 절반 이상에 중국산 패널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유럽,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LCD 시장이다. 시장 조사 기관 디스플레이 서치에 따르면 세계 LCD TV 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은 현재 12.3%이지만 워낙 성장 속도가 빨라서 올해 18.6%, 2012년 21%로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국내 LCD 업체들은 차이완 효과 대비뿐 아니라 중국 공략을 위해 현지 진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커지고 있어 현지 공장 건립이 필요 조건으로 대두됐다"며 "그렇더라도 중국에 8세대 공장이 가동될 무렵이면 국내에 10, 11세대 공장이 가동될 전망이어서 여전히 우리가 기술 우위를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 김동원 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

대만 국민당 정부의 재집권 이후 중국과 대만 간에는 정치사회적 교류가 확대되더니 최근에는 경제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 민족이 다른 정치 체제하에 살면서 이산가족상봉도 쉽지 않은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약간은 부럽기도 한 게 사실이다. 세계 평화와 인도적 측면에서 중국과 대만간 화해와 협력 움직임은 환영할 일이나 우리의 경제현실을 감안하면 그냥 지켜보기에는 불안이 앞서는 게 현실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디스플레이의 최대 수출국이다. 대만 역시 디스플레이는 포기할 수 없는 수출효자 품목이다. 따라서, 중국시장에서 대만은 우리의 최대 경쟁상대다.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이 가장 먼저 출구를 발견하고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의 경기부양책인 가전하향(家電下鄕)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분기 중국내 LCD TV의 수요는 전년대비 100%이상 증가했다. 자국업체에서 TV용 LCD 패널을 공급받을 수 없었던 중국 TV업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LCD 업체들로부터 패널구입을 확대했다. 이는 LCD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져 불황 속에서도 우리 LCD업체의 경쟁력은 오히려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2분기 이후 중국과 대만간 경제협력이 한층 더 가시적 단계에 돌입하면서 중국 LCD시장에서 점유율 1위는 대만업체인 CMO의 차지가 됐으며 국가별 점유율에서도 대만이 우리를 앞서고 있다.

아직은 중국 내에서 한국산과 대만산 LCD패널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고 있으나 향후 경제협력의 강화로 중국 정부가 대만산에 관세 인하 혜택을 부여한다면 대만산 LCD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 대만으로부터 LCD 패널을 수입해 왔으나 최근 중국 내에 LCD 패널공장을 건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자국기업은 물론 한국, 대만의 대기업으로부터 패널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중국의 대형 LCD라인 유치 움직임에 따라 중국의 자본과 대만의 기술력이 결합해 LCD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면 우리에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대만 업체들은 지리적 접근성과 편리한 의사소통 등으로 경쟁국에 비해 대 중국진출에 유리한 위치에 있으나 대만 정부의 첨단 산업에 대한 중국 투자불허를 이유로 아직 현실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이 중국 진출 움직임을 가시화한 상황에서 대만 정부의 중국 진출 제한조치 완화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디스플레이산업은 승자독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대규모 장치 산업이다. 따라서,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경쟁자 보다 한발 앞선 투자와 기술개발이 필수적이다.

경제적 논리에서 LCD 업체의 중국진출이 필요하다면 우리의 세계적 패널업체인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도 경쟁업체보다 한발 앞선 시장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부 또한 업체들의 이러한 노력을 지원하는데 힘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국 대만간 경제협력을 통해 대만산 제품에 대해 관세인하 프로그램이 가동된다면 중국과 대만의 교역은 더욱 활발해 질 것이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 대만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 기업이나 디스플레이 제품에 크나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동원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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