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의 우승은 '기적'으로 평가된다. 2년 전만 하더라도 꼴찌에 머물렀고, 지난해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팀이 변변한 전력보강도 없이 단번에 우승을 일구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
기업으로 말하면 시장에서 사실상 경쟁력을 상실했던 부실기업이 불과 2년 만에 시장을 석권하며 1등 기업으로 환골탈태를 한 셈이다. 과연 이 같은 기적을 이룬 힘은 무엇일까. 'KIA성공학'을 경제ㆍ경영의 관점에서 재해석해본다.
자신만의 색깔을 내라
2년 전 조범현 감독이 취임했을 당시만 해도 KIA는 정체성 혼란에 빠진 팀이었다. 프로야구의 절대강자로 9번이나 우승을 거머쥔'해태'의 향수에 젖어 있었지만, 팀은 이미 타지에서 온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지 오래였다. 과거 엄격한 위계질서에 길든 선배들과 자율에 익숙한 젊은 선수들간에 벽은 두터웠고, 팀은 융화에 실패하며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던 것이다.
환경이 변한 만큼 팀도 변할 수 밖에 없었다. 리빌딩(재건)의 초점은 해태왕조가 남긴 호남 순혈주의를 과감하게 걷어내고 진정한 KIA의 색깔을 내는 것. 이종범과 이대진, 김종국 등 '해태왕조'의 적자들을 끌어안는 동시에 윤석민, 이용규, 양현종, 나지환 등 타지 출신의 유망주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KIA의 고유의 컬러를 만들어갔다.
과감한 외부인재를 영입하면서 화려한 개인기보다 끈끈한 팀워크를 강조하고, 해태시절 특유의 감(感)의 야구에 젖어있던 선수들에게 과학적 데이터 야구를 심으며 KIA를 강한 팀으로 조련해 간 것이다. .
변화와 개혁에는 언제나 저항이 따르는 법. 조 감독 역시 역대 KIA 감독 중 유일한 비 해태 출신 감독으로 내ㆍ외부에서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인식의 변화 없이는 우승도 없다"며 고집스럽게 밀어붙였고, 결국 '조범현의 리더십'은 우승결실을 냈다.
최고가 아닌 최적을 찾아라
정규리그 6위에 그치며 중심타선 강화에 고심하던 지난해 말. 구단에서 조 감독에게 대형 FA선수를 영입하자는 뜻을 전했다. 계약이 1년을 남긴 상황에서 당대 최고의 선수를 영입주겠다는 구단의 제의는 감독으로서는 반가운 일. 하지만 조범현 감독은 'NO'라고 했다. 자신이 필요한 것은 '최고의 선수'가 아니라 팀에 꼭 필요한 '최적의 선수'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던 그는 올해 시즌에 들어가자 김상현을 트레이드해 왔다. 중심타선 전력보강과 내야 수비 강화에 최적의 선수라고 판단했기 때문. 당시만 하더라도 주목받지 못했던 트레이드였지만 이후 김상현은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산하며 프로야구 홈런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또 지난해 프로야구에서 화두가 된 전병두 트레이드건도 마찬가지. 좌완 강속구 투수로 최고 유망주로 꼽히던 전병두를 SK에 내주고, 무명 포수 이영우 등 3명을 데려오자 "밑지는 장사를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조 감독은 "우리 팀에 좌 완 유망주는 얼마든지 있지만, 당장 쓸 백업 포수가 없다"며 강행했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작이었다. 이영우는 올해 주전 포수 김상훈이 부상일 때 공백을 훌륭히 메우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 낸 것이다. 이름 값에 의존하기 보다는 팀에 꼭 필요한 선수를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팀 전력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전문 경영인에게 철저한 독립을 보장하라
프로야구단이 모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을 지원을 받는 우리의 현실에서 구단의 운영을 맞은 프론트의 힘은 막강하다. 그래서 프런트는 기업의 오너에, 감독은 전문 경영인에 비유된다. 감독이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하면, 프런트가 직접 나서 선수단 운영에까지 관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KIA는 이 같은 관행에 과감한 메스를 가했다. 조범현식 야구가 정착될 때까지 임기를 보장하고, 절대 선수단 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프런트의 수장인 김조호 단장은 취임하자 마자 "프런트는 지원과 운영을 책임지고 야구는 선수단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강조하며 조 감독의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했다. 특히 조 감독을 흔드는 외풍이 있을 때 마다 직접 나서 진화에 나서며 보호해 주는 조력자 역할까지 해 냈다.
김시통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KIA 우승은 우리 기업들에게 기존의 관행 탈피를 통한 혁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며 "기업들도 과감한 구조조정과 효율적 자원배분, 자율 경영을 통해 위기 극복의 모범사례로 연구할 만하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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