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그날의 조합은 좀 이상했다. 우리 부부와 독신인 시숙. 우리는 바다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났다. 퇴근 후에 출발했기에 서울 시내를 다 벗어나기도 전에 날은 이미 어둑해졌다. 바다를 보러 갔지만 바다는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물은 먼 곳까지 물러나 희끗희끗 파도가 뒤척이는 것이 보일 듯 말 듯했다.
여기저기서 폭죽이 터졌다. 우리는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는 횟집에 앉았다. 물론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차림표를 대충 훑어보아도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었다. 주위엔 이십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그들에게는 더욱 부담이 될 가격이었다. 문득 인터넷에서 본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고 싼 횟집은?' 문제는 상식을 깨는 댓글이었다. '서울 시내의 소문 난 횟집'. 바다를 보러온 우리는 어느새 현실적인 사람들로 돌아와 있었다.
소주를 '각 1병씩' 마신 우리는 밤바다 쪽으로 휘적휘적 내려갔고 만원어치만 판다는 할머니를 설득해서 서른 발짜리 폭죽 세 개를 오천원에 샀다. 시숙이 소리쳤다. "인제 근심은 저 바다에 다 날려뿌래라!" 그가 근심을 두 손에 받아 날려버리는 시늉을 했다. 근심은 바다에는 가지도 못하고 갯벌 어느 쯤에 떨어졌다. 쉬쉬쉭. 폭죽이 공중에서 터졌다. 우리는 이십대 때처럼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도 왠지 공허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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