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기업이었다면 주저 없이 '어닝 서프라이즈'라 했을 것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우리경제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2.9%. 좋은 성적이 나올 것으로 짐작은 했지만, 3%에 근접하는 성장률이 나올 줄은 한은조차 예상치 못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도 "서프라이즈!"라고 평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전기대비 2.9%성장은 2002년 1분기(3.8%) 이후 7년반만에 가장 높은 수준. 더구나 전년 동기 대비로도 0.6%를 기록, 지난해 3분기 이후 1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젠 경제규모가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의미다.
깜짝 성장의 힘은 제조업 생산호조에서 나왔다. 반도체와 전자부품,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선전 덕에 제조업은 전분기 대비 8.7%나 성장했다.
하지만 바로 이 대목에서 논란이 따른다. 초점은 '재고'다. 사실 1~2분기 극심한 경기침체속에 제조업체들은 생산을 거의 늘리지 않은 채, 쌓인 재고만 처리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리고 재고가 거의 소진되자 이를 확충하기 위해 공장가동과 생산을 대폭 늘렸는데, 이것이 결국 3분기 성장률증가로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3분기 재고에 의한 성장기여도는 2.9%포인트다. 성장률이 2.9%인데 재고의 힘이 2.9%라면, 재고부문을 뺄 경우 성장률은 사실상 제로라는 얘기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최근 '재고 조정의 착시효과'를 언급한 것도 이런 결과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재고의 힘'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늘 문제였던 내수(민간소비+ 설비투자)가 의외로 좋아진 것은 확실히 긍정적인 대목이다. 민간소비는 자동차 부문의 신차효과 등에 힘입어 전기 대비 1.4%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무려 8.7%나 늘어났다.
어쨌든 3분기 '서프라이즈'에 따라 올 연간성장률도 플러스(+) 가능성이 높아졌다. 4분기 성장률(전기대비)이 0.5%만 되면 금년도 전체 성장률은 플러스가 나온다는 계산이다. 윤증현 장관도 이날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플러스, 마이너스를 떠나 전문가들은 아직도 경기회복의 지속성 여부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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