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이 두렵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아내를 통해 몸소 체험하게 됐다."
27일 만성 신부전증으로 3년간 혈액투석을 받아온 한 40대 남성에게 신장을 떼어주는 수술을 하기 위해 서울 아산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김상훈(50)씨는 따뜻한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김씨가 신장 기증을 결심하기까지는 아내 윤정희(45)씨의 힘이 컸다. 윤씨는 이미 2년 전 자신의 신장 한 쪽을 만성 신부전증을 앓던 한 50대 여성에게 기증했다.
윤씨가 신장기증을 결심하게 되기까지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이들은 세 차례에 걸쳐 아이를 유산하는 아픔을 겪은 뒤 2000년부터 여섯 명의 아이를 입양했다.
당시 토목건설업을 했던 김씨는 잘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목회활동을 시작했고, 대전의 한 쪽방촌에서 아내와 함께 5년 전부터'함께하는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윤씨는 "유산의 아픔도 컸지만 그 때 당시 외환위기로 인해 어려운 이웃들이 많아 이들을 돕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무렵 생후 18개월 만에 입양한 둘째 아이 하선(12)이가 폐쇄성 모세기관지염에 걸려 이후 8년 동안 병원 뒷바라지를 해야 했다. 윤씨는 "그 때 이 아이가 낫기만 하면 나도 장기기증을 통해 다른 생명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결국 윤씨는 2007년 신장 한쪽을 기증했고, 아내의 모습에 용기를 얻어 김씨도 신장 기증을 하게 됐다.
한 때 수억원대 연봉을 받았던 김씨는 "현재 정부지원 외에는 특별한 수입이 없지만, 여섯 아이가 잘 크는 것만으로도 예전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말했다.
윤씨도 "큰 아이가 '엄마, 아빠한테 받은 사랑을 나중에 커서 더 많은 사람에게 돌려주겠다'는 편지를 썼을 때 가장 기뻤다"며 "나의 작은 변화가 세상을 좀 더 밝고 건전하게 만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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