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移民)의 뿌리가 깊은 미국은 3억 인구 가운데 3,800만 명이 1세대 이주민이다. 2000년 이후 1,000만 명이 늘었다. 한 해 100만 명 꼴이다. 2006년 나라 별로는 멕시코 중국 필리핀 인도 쿠바 콜롬비아 도미니카 엘살바도르 베트남 자메이카 순이었다. 이어 한국 출신이 2만4,000명으로 11번째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근면하고 창의적인 아시아ㆍ라틴 아메리카 이민들에게서 미국은 지속적으로 힘과 정신을 얻는다"고 치하했다. 이런 미국도 밀입국하거나 비자 기한을 넘긴 불법 체류자가 1,300만 명이 넘어 머리가 아프다.
■해마다 밀입국 또는 불법 체류하는 150만 명 가운데 50만 명은 잡히지 않고 미국 사회에 스며든다. 이 때문에 밀입국자의 60%를 차지하는 멕시코와의 국경에 3중 펜스를 치고 지킨다. 또 불법이주자를 많이 고용하는 월 마트 등 대형업체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이민국 구금시설 200여 곳에는 항상 3만 명 이상이 수용돼 추방 심사를 기다린다. 그러나 불법이주 노동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엇갈린다. 이들은 무엇보다 미국인들이 기피하는 식당 호텔 등 접객업과 건설ㆍ제조업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해 물가를 낮추고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인다.
■다만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중산층 이상은 이득이지만, 빈민과 흑인 등 하위 계층은 일자리와 임금이 줄어드는 손해를 본다. 또 이들이 내는 사회보장부담금과 세금보다 2세 교육 등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 범죄 증가 등의 우려도 있다. 그러나 노동력이 필요한 뉴욕과 LA 등 대도시 당국은 이들을 이민국 단속에서 숨겨주는 성역 노릇을 해 연방정부를 난감하게 한다. 우리사회도 이 같은 불법이주 노동자 문제가 고민거리가 된 지 오래다. 사회경제적으로 적정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간단치 않다. 게다가 학대와 착취 등 '민족성'을 회의하게 하는 일마저 흔하다.
■긴요한 이웃인 이주노동자를 올바로 처우해야 한다. 그러나 네팔 출신 불법이주 노동자 '미누씨'를 법무부가 추방한 것을 둘러싼 논란은 빗나간 느낌이다. 18년째 한국에 살며 문화운동을 한다는 그는 반전, 촛불 집회에
참가한 것이 문제된 모양이다. 진보 단체와 언론은"다문화 포용을 떠들 자격이 없다"며 정부를 규탄했다. 하지만 그를 '선량한 이주민'으로 규정한 것은 틀렸다. 불법이주 노동자도 권익을 돌봐야 하지만, 이주민 규제는 어느 나라에서든 중대한 국가적 과제이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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