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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1심 집유 선고/ 논문진위… "데이터 조작만으로도 처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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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1심 집유 선고/ 논문진위… "데이터 조작만으로도 처벌 가능"

입력
2009.10.28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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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은 "논문조작 사실은 일부 인정되나, 사기의 범의(犯意)가 있었다고 보기엔 증거가 부족하다"로 요약된다.

그러나 검찰은 애당초 사기 혐의의 대전제라 할 수 있는 논문의 진위, 곧 줄기세포주의 존재여부에 대해선 "학계의 몫"이라며 공소사실에 포함하지도 않아 재판부의 이 같은 결론은 이미 예고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논문조작 및 연구비 수수 혐의에 대해 "일부 실험데이터 조작은 있으나, 황 전 교수로선 줄기세포주의 존재만큼은 믿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줄기세포주 NT-1과 관련, 재판부는 "논문 게재 이전에 테라토마가 실제 형성되는 결과가 나왔고, 다른 검증실험도 모두 마쳐 최초의 핵이식 배아줄기세포주인 것으로 믿을 만했다"고 판단했다.

논문에 담긴 연구성과가 모두 허위라고 단정할 증거는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2005년 논문에 대해서도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주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김선종 연구원이 섞어심기를 했기 때문"이라며 "황 박사는 단지 논문 제출을 서두르기 위해 검증실험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대로 NT-4~NT-12의 검사결과가 조작된 것은 맞지만 황 박사로선 NT-2, NT-3를 포함해 이들 모두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주인 걸로 믿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논문조작 여부와 관련해선 황 박사측 주장을 거의 대부분 수용한 셈이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사기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최종 판단했다. 황 박사가 줄기세포주의 존재를 믿었다는 주장을 반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SK나 농협으로부터 연구비를 후원받는 과정에 적극적인 기망(欺罔ㆍ속임)행위나 불법 영득(領得)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기 무죄' 판단이 황 박사에 대한 면죄부는 아님을 분명히 했다. 검찰이 논문진위 여부는 공소사실에 포함하지 않아 사기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지만, 최소한 논문조작 행위는 업무방해죄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덧붙인 것이다.

재판부는 "논문조작 행위 자체는 위계로 사이언스지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며 "검찰이 이 부분을 별도 기소하지 않고 공소장 변경도 신청하지 않아 법원이 직권으로 따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부분을 제외한 다른 혐의들에 대해선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신산업전략연구원에서 받은 31억여원 가운데 5억9,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차명계좌를 이용한 자금세탁 절차를 거쳐 은닉하거나 실제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횡령액이 5억원 이상이어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이 가능한데도, 검찰은 형법상의 업무상 횡령으로만 기소했다"고 말해 공소제기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황 박사가 복제돼지 관련 정부지원 연구비 1억9,0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나, 불법 난자거래 혐의 역시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과학적 연구라 해도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선 안 되고, 필연적으로 윤리적 문제가 뒤따르는 인간 난자를 이용함에 있어선 더욱 유의해야 하는데도 황 박사는 법으로 금지된 재산상 이익을 난자 공여자에게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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