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지난 주말 뉴욕 실무접촉을 통해 북미 양자대화에 관한 양측의 이견을 상당부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의 두 차례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중인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24일(현지시간) 뉴욕의 유엔 미국대표부에서 성김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북미 양자대화가 빠른 시일내에 열려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북한의 구체적 입장을 전달했다고 뉴욕의 고위 소식통이 25일 밝혔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양자대화의 의제와 형식 등에서 미국의 일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는 대신 경제지원과 대북제재 완화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그 동안 북미 양자대화의 선결조건으로 의제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 합의이행 재확인을 요구해왔다. 양자회담의 형식에서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대화 파트너로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강석주 제1부상이 나서야 하며, 대화 장소도 평양이 아닌 동남아 등 제3국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첫 실무접촉에서 리 국장은 '강석주 요구'를 받아들이고, 6자회담 복귀에 대해서도 "보다 진전된" 입장을 전달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회담 장소로는 여전히 평양을, 의제에서도 경제지원과 대북제재 해제문제 포함 입장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성 김 대표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 약속을 이행한다면 평양행을 검토할 수 있으며, 대북제재도 유엔결의가 아닌 미 국내법에 따른 금융제재는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미 양자대화의 조속 개최 여부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의지와 북한의 진성성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접촉에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리 국장은 샌디에이고의 '동북아협력대화(NEACD)' 토론회에 참석한 뒤 28일 뉴욕으로 돌아와 다음달 2일까지 체류하면서 미국과 한두 차례 더 실무접촉을 가질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최근 북한의 전향적 자세는 급격히 악화한 경제사정 때문"이라며 "북미 양자대화가 합의되면 시기는 빠르면 다음달 중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