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에 내말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 열 달 동안의 '시로 여는 아침' 연재 마지막에 김소월의 시를 놓는다. 가장 많이 알려진 시 가운데 하나인 '먼 후일'이다. 김소월이 생전에 남긴 단 한 권의 시집의 첫머리에 놓였던 시이다. 청년시인이었으며 영원한 시인인 그가 먼 후일을 노래할 때, 이렇게 잊었는가 아닌가가 문제다.
마치 청년 햄릿이 죽는가 사는가 그것이 문제이다, 라고 한 것처럼 '잊는다'라는 영원한 먹장이 문제이다. 아니다.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당신이 물으시는 그 '먼 훗날 그때에' 잊었으니, 아무것도 아무도 잊혀진 것은 없는지도 모른다.
연재를 동반해주신 분들에게 깊숙이 고개 숙이며 감사드린다. 가까이 있었다면 우리들의 시인 김소월의 시를 함께 읽고 싶다. 그의 시들은 노래로도 많이 만들어져 있으니 깊어가는 가을밤에 같이 앉아 노래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개여울'이나 '초혼'이나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같은. 잊지 않겠노라 같은 서러운 맹세 같은 걸 소녀처럼 하면서. 멀리 있어 따뜻한 술 한 잔을 나눌 길이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아침길, 다들 차조심하시기를. 다시 뵈올 때까지.
허수경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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