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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이야기 뒤집은 서울예술단 뮤지컬 '청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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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이야기 뒤집은 서울예술단 뮤지컬 '청이야기'

입력
2009.10.2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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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인당수에 뛰어들지 않아도 된다/ 참고, 견디고, 껴안고 살자/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

뮤지컬 '청이야기' 속 해설자 '가수'가 심청에게 건네는 말이자,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고전 속 심청은 지극한 효성 덕에 왕비가 된다. 그러나 서울예술단이 선보이는 '청이야기'는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능동적인 인물로 심청을 그린다.

'청이야기'에서 청은 인당수 근처 바닷가에서 선원들의 빨래를 해주고 품삯을 받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빨래를 돌려주다가 왕자 희원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희원과 궁에 들어간 심청은 궁내 반란을 잠재우고 청혼을 받지만 아버지를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 청은 운명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살아간다.

'청이야기'는 대사가 거의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송스루(song through)방식을 택했다. 작품 속 노래는 모두 41곡. 서울예술단이 1997년 선보인 뮤지컬 '심청'도 송스루 방식이었다. 하지만 대본, 안무, 무대는 모두 새롭게 꾸몄다.

"미국식이 아닌 우리식 뮤지컬을 만들고자 했다"는 연출자 이종석씨의 말처럼 전통미가 물씬 풍기지만 그렇다고 따분하지는 않다. 음악은 양악기와 국악기를 혼용했고, 의상은 서양복식을 기초로 색감 등에 한복 느낌을 가미했다.

무대와 안무에서도 동양미를 살렸다. '서양인이 동양을 소재로 그린 동화책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를 상상해 무대에 수묵화폭을 재현했다. 가령 청이 바다에 빠졌을 때는 파도와 바다의 일렁임 대신 먹이 팍팍 튀는 그림을 사용했다. 배경인 산과 바다는 몇 개의 선으로만 표현했다. 안무도 여백의 미를 적용해 과장된 몸동작 대신 심플하고 힘있는 쪽을 택했다.

'사랑은 비를 타고' '정글북' 등을 작업한 작곡가 최귀섭씨는 "고전이라고 하면 젊은 층이 외면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시도를 통해 우리 것이 극적인 감동을 가진 세계적인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11월 14~22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501-7888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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