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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힘내라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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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힘내라 20대

입력
2009.10.2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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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보는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취업에 발목 잡힌 불운한 세대라 여기면서도, 과도한 씀씀이와 사회문제에 대한 무관심에 실망하기도 했다. 살기 힘든 건 누구나 마찬가지여서 20대에만 관심을 둘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고 어라운드> 등 20대를 겨냥한 책 몇 권을 읽으면서 그들을 다시 생각했다. 20대는 누구일까.

기성 세대가 볼 때 20대는 풍족한 세대다. 그 안에도 여러 층이 있겠지만 세대 비교를 하자면 그렇다. 하고 싶은 것 하고 갖고 싶은 것 가지는 것. 그런 욕구를 다 채우지 못한 세대가 볼 때 물질적 풍요는 그것을 누린 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결정적인 삶의 요소다.

그래서 20대는 행복할까. 아직 인생의 초반기인데도 이미 극단적 경쟁을 경험했고 여전히 끔찍한 경쟁에 놓여있다. 풍족할지는 몰라도 삶은 숨이 막힌다. 대학에서는 학점 관리, 영어 공부, 스펙 쌓기에 열중한다. 풍요를 받은 대신 부모 세대의 질서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도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된다. 일하지 않아도 부모에게 약간은 기댈 수 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다.

더 힘든 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 세대는, 지금보다 궁핍했을지 몰라도, 사회가 확장되던 시기에 살았다. 어제보다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회구조에 맞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지 못하는 한,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20대는 원하는 직장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기 어렵다. 청년실업 족쇄에 묶여 20대 청춘이 패배감, 두려움에 휩싸여 있고 삶의 지표를 잃고 있는 것이다.

최근 출간된 <인생기출문제집> 에서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가 전한 것은 한국 젊은이들의 무기력이다. 그는 2005년 프랑스에 갔는데 첫 직장인을 최초 2년 동안 고용주가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다는 법이 상정되자 대학생들이 일어나 무산시킨 것을 보았다. 그 즈음 한국에서는 비정규직보호법이 통과됐는데 이는 법의 시행으로 큰 피해자가 될 젊은이들이 무관심했기 때문이라고 심상정은 적었다. 프랑스 젊은이들은 똘똘 뭉쳐 자기 이익을 관철하는데 한국 젊은이들은 관심 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우석훈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에서, 스물일곱 살 젊은이 이승환은 <고 어라운드> 에서 20대에게 혁명을 촉구한다. 그 혁명은 무력으로 정부를 전복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질서, 사회통념을 뒤집는 것이다. 우석훈이 "지휘자도, 영웅도, 진도 없어서 그저 숨 죽이는 20대에게 혁명이라는 단어의 생동감을 돌려주고 싶었다"고 말한 것은 20대가 무력감에서 빠져 나오기를 간절히 기대하기 때문이다.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에서 출판 평론가 한기호가 말한 것은 낡은 것에서 새 가치를 창조하는 '컨셉력'을 기르라는 것이지 스펙 쌓기 등을 통해 기존 질서에 순응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주문을 20대가 수용할지는 모르겠다. 대부분은 받아들일 의지도 없고 그럴 여건도 안될 것이다. 하지만 부모 혹은 그 위 세대가 만든 극단적 경쟁주의를 이들이 아니고는 바꿀 수 없다. 20대가 힘을 내야 하는 까닭은 그런 체제를 무너뜨려야 그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박광희 문화전문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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