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를 부풀려 20억여원의 연구비를 받아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기소된 황우석 박사에 대해 법원이 일부 혐의를 인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원은 그러나 황 박사의 논문조작 지시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배기열)는 26일 황 박사에게 적용된 연구비 횡령 및 난자 불법 거래(생명윤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006년 5월 검찰 기소 당시부터 줄곧 논란이 됐던 핵심 쟁점인 '줄기세포 NT-1이 처녀생식에 의한 것인지'와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실제 존재하는지'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3년 5개월의 재판 과정 중 3분의 2 이상을 할애해 심리한 사기 혐의에 대해 "2004년과 2005년 논문이 조작됐고, 황 박사가 일부 검사에 대해 조작을 지시한 사실과, 조작된 연구데이터를 묵인한 점이 인정된다"면서도 "고의로 후원금을 받기 위해 논문을 조작하는 등의 불법영득(領得) 의사가 없고, 2004년 논문의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허위라고도 보기 어렵다"고 무죄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논문 조작을 사기죄로 처벌하지 못하지만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혀 검찰이 항소할 경우 공소장 변경이 가능함을 시사했다.
재판부는 연구비 5억9,000만원 횡령과 난자 불법거래 혐의에 대해서는 "사적 용도로 연구비를 사용할 목적으로 차명계좌에 은닉한 사실이 인정되고, 아무리 과학적 연구라고 해도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면 안 된다"고 유죄 판단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황 박사가 사리(私利)을 도모할 목적으로 횡령하지 않은 점과 탁월한 연구 업적 및 열의를 참작한다"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한편, 재판부는 미즈메디 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서울대 연구팀의 배아복제 세포에 '섞어 심기'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김선종 전 미즈메디 연구원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연구비를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이병천 서울대 교수와 강성근 전 서울대 교수, 윤현수 한양대 교수에게 각각 벌금 3,000만원, 벌금 1,000만원,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난자를 불법 거래한 혐의로 기소된 장상식 한나산부인과 원장에게는 선고유예 판결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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