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최대 실적과 최초로 세계시장 점유율 8% 돌파가 확실시되는 현대ㆍ기아차가 샴페인을 터뜨리는 대신 체계적인 원가 절감에 나선다. 잘 나갈 때 집안 단속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가 단행키로 한 것은 바로 자동차의 DNA로 불리는 플랫폼의 통합이다. 플랫폼은 차량의 기본 뼈대를 지칭하는데, 차체 밑바닥인 패널뿐 아니라 여기에 장착되는 엔진과 트랜스미션은 물론 조향, 제동 장치 등까지 포함된다.
현대차는 최근 보유중인 18개의 플랫폼을 6개로 줄이기로 했다. 정태환 현대차 부사장은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장에서 "현재 신형 6개, 구형 12개인 플랫폼을 2012년 말이나 2013년까지 신형 6개로 줄일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27일 이와 관련 "내부 검토 작업은 이미 마친 상태"라며 "통합 작업이 끝나면 1개 플랫폼에서 200만대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효율이 높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의 숫자는 곧 그 업체의 생산 능력, 미래 전략과 직결 대부분의 업체가 구체적인 숫자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이 상식. 따라서 구체적인 숫자까지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그만큼 추진의지가 강력하다는 반증인 셈이다.
플랫폼 하나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신차 개발 비용의 절반 수준으로 2,000억원이 넘는 돈이 투입되기도 한다. 따라서 플랫폼이 줄어 들면 엄청난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플랫폼을 통합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자동차의 기본 뼈대가 변하기 때문에 생산 공정도 대부분 바꿔야 한다. 또 통합 생산 체제에 적응할 수 있는 숙련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메이저 완성차 업체 중 플랫폼 통합을 이뤄낸 사례로는 독일의 폴크스바겐이 꼽힌다. 93년 16개이던 플랫폼을 수년간의 노력 끝에 10개로 축소했다. 폴크스바겐의 노력은 위기에 빛났다. 지난해까지 세계1위 도요타(897만대)와 270만대 이상 판매 격차가 났으나 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 올 상반기에는 310만대 판매로 도요타와의 격차를 불과 46만대로 좁혔다. 소형차 부문이 강한 보유차종도 원인이지만 원가 절감으로 경제 위기를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체력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플랫폼 통합에 나선 것은 최근 세계경기회복 이후의 다음 수를 미리 준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자동차 전문가는 "플랫폼을 통합도 어려운 일이지만 통합 후 하나의 플랫폼에서 얼마나 다양한 차를 대규모로 생산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며 "현대차가 판매뿐 아니라 생산공정에서 글로벌 업체로 도약하려는 중요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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