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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신종플루 불안 잠재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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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신종플루 불안 잠재우기

입력
2009.10.28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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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이라는 단어가 요즘 새롭게 느껴진다. 승용차로 출근길에 라디오나 도로교통안내판의 교통정보를 따랐다가 길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가는 곳마다 길이 막히는 머피의 법칙을 자주 경험한다.

2005년 미국 휴스턴에서 연수할 때의 일이다. 병원 근무 3일째 되던 날, 엄청난 규모의 허리케인이 휴스턴을 강타할 것이라는 뉴스에 연구실 분위기가 뒤숭숭하더니 마침내 모두들 떠나기 시작하였다. 3주일 전 뉴올리언즈에 재앙을 안긴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위력에 버금갈 지 모른다는 경고에 사람들은 심리적 공황에 빠졌다. 주유소 기름이 바닥났고 도로는 통제불능 상태가 됐다.

휴스턴을 떠날 것인가? 떠난다면 어디로 갈 것인가?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어떤 선택도 두려운 상황이었다. 암 진단을 받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치료를 선택해야 하는 환자들도 이처럼 혼란스러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고민 끝에 짐을 정리해서 새벽 4시에 집을 나섰다. 선배 가족과 함께 허리케인의 예상 경로를 벗어난 댈러스로 가기로 했다. 고속도로는 꼼짝 하지 않는 자동차 행렬로 이어졌다. 여지없는 피난길이었다. 3~4시간이면 갈 수 있는 댈러스에 16시간 만에 도착했다. 다행히 선배가 알고 지내던 이의 집에 머물기로 했다. 생판 모르는 우리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한 낯선 이의 배려로 지친 몸을 쉴 수 있었다.

허리케인은 예상과 달리 휴스턴을 피해 지나갔다. 그때 피난을 떠난 사람이 100만 명이나 되었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요양원 버스에 불이 나 많은 노인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잘못된 예보를 믿은 많은 사람들이 헛고생을 한 셈이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도 '인간은 낯선 사람들의 배려로 산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미담도 많았다. 잘못된 예보를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다.

이처럼 예측이 빗나가는 상황은 기상예보만 아니라 경제나 사회 등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슈퍼컴퓨터와 전문가를 활용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려 애쓰지만 혼돈과 판단 오류는 항상 존재한다. 막대한 비용부담과 소중한 인명손실이 뒤따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결정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최근 신종플루 유행에 보건당국은 즉각적인 조치와 체계적인 장기 대책을 동시에 마련하는 등 잘 대응해 왔다. 정부는 겨울철 신종플루 대유행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반 시민은 예방접종을 서둘러 해야 하는지 아니면 부작용을 지켜보아야 하는지 의문과 불안을 가지고 있다.

정부보다는 의료계가 신뢰할만한 독립적 위원회를 구성하고 예방접종의 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해 통일된 목소리로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이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의료인들이 국민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진료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국민적 관심사에 적극 대처하는 모습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공급이 제한된 예방 백신을 어떻게 적절히 배분할 것인가를 어렵게 결정한 정부의 방침을 믿고 따르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한다. 정부와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스스로 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 될 것이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책임연구원 가정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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