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문집으로 전해지는 고운 최치원(857~?)의 <계원필경집(桂苑筆耕集)> 이 새롭게 번역돼 나왔다. 계원필경집(桂苑筆耕集)>
한국고전번역원은 26일 <계원필경집> 1권(번역본 전2권)과 최치원의 후손들이 '사산비명(四山碑銘)' 등의 작품을 모아 묶은 <고운집(孤雲集)> 을 한글로 번역해 출간했다. 최치원의 글월은 1970년대부터 두 차례 번역본이 출간된 적이 있으나 원전 이해나 한글 표현에 있어 한계가 있었다. 고운집(孤雲集)> 계원필경집>
고전번역원은 "<계원필경집> 은 내용이 방대하고 해독이 쉽지 않아 역사적 고증이 충실한 번역과 상세한 주석 작업이 요구돼 왔다"며 "이번 번역본 출간으로 그 동안 난해하게 여겨져 왔던 고전 문집의 번역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번역 작업은 고전번역원 이상현(60) 수석연구위원이 맡았다. 계원필경집>
<계원필경집> 은 당나라에서 절도사 고변 휘하의 문장을 담당하는 막료로 일하던 최치원이 신라로 귀국한 직후 당에 있을 때 지은 글 중 시 50수, 문 320편을 직접 골라 엮어 헌강왕에게 바친 문집이다. 전20권으로 '계원(桂苑)'은 문장가들이 모인 곳을 가리키며, '필경(筆耕)'은 문필로 업을 삼았다는 뜻이다. 최치원의 문집은 당시 동아시아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헌으로 평가된다. 계원필경집>
고전번역원은 31일 두 작품의 번역을 기념해 서강대에서 '고운 최치원의 저술과 사유'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김영봉 연세대 교수는 학술대회에서 최치원 시(詩)의 우의성(allegory)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김 교수는 당나라에 유학해 과거에 급제하고도 이방인으로서의 한계에 부딪치고, 귀국 후에는 신라 골품제로 인해 다시 한 번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최치원의 심정이 우의적 수사를 낳았다고 분석한다.
김복순 동국대 국사학과 교수는 최치원의 역사인식에 대해 발표한다. 그는 "최치원은 유학자로서 중국 연호를 사용하는 등 현실적 인식을 보이며, 동시에 불교는 호국, 유교는 정치, 도교는 길흉화복을 맡아 공존한다는 3교 회통적 인식을 보인다"고 분석한다. 또 상고시대의 삼한이 삼국으로 이어진다는 최치원의 역사인식은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중추적 틀로 자리잡았다고 규정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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