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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희문학창작촌' 가봤더니…문인들 집필 갈증 풀어줄 '도심 속 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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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희문학창작촌' 가봤더니…문인들 집필 갈증 풀어줄 '도심 속 사랑방'

입력
2009.10.2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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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예술인들은 안정적 창작공간을 마련하는 일에 목이 마르다. 2004년 일군의 미술가들은 공사가 중단돼 방치 상태이던 목동 예술인회관을 작업공간으로 활용하라며 기습점거한 뒤 게릴라식 퍼포먼스를 펼치는 '스콰트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유휴 공간을 작업실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예술인들의 요구와 최근 도심공간의 문화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 당국의 정책이 맞물려 서울 곳곳에서는 재래시장, 공장지대 등이 공예가, 설치미술가, 만화가 등을 위한 창작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문학인들을 위한 창작공간도 서울 시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다. 11월 5일 정식 개관하는 '연희문학창작촌'이 그것이다. 작가들의 공동 집필공간으로는 강원 원주시의 토지문학관, 강원 인제군의 만해마을 창작촌이 있지만, 서울 시내에 이같은 공간이 생기는 것은 처음이다. 연희문학창작촌을 운영하는 서울문화재단은 개관에 앞서 27일 언론에 내부를 공개했다.

도심 속의 자연, 예술가의 사랑방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203의 1 주택가에 자리한 연희문학창작촌은 2004년까지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 부지로 사용됐으나 위원회가 송파구로 이사간 뒤 4년 이상 버려져 있었다. 대지 7,242㎡의 이 공간은 올해 초부터 리모델링 작업이 시작돼 현재 마무리 조경공사가 한창이다. 연면적 1,480㎡의 집필공간으로 쓰일 기와집 네 동이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배치돼 있는데 각각 '끌림' '흘림' '울림' '들림'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사루비아와 백련초, 감국화 등이 잘 가꿔진 화단과 측백나무, 자작나무, 대나무, 소나무, 밤나무, 감나무 등으로 둘러싸인 정원은 도심 속이라는 것을 잊게 할 정도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문학의 밤, 시낭송 행사 등에 사용될 아담한 무대도 마련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저와 경비동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붙어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각 집필동에는 개인 집필실과 문인들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도 만들어졌다. 집필실은 모두 20개로 17개는 국내작가, 3개는 해외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스 공간으로 활용된다. 13.95~24,38㎡ 규모의 집필실에는 책장과 침대, 냉장고 등과 샤워시설이 있다. 작가들이 머리를 식힐 수 있는 미디어랩에는 대형 TV, 빔 프로젝트, PC 검색대, 서재 등도 갖춰졌다. 헬스기구, 탁구대 등이 설치된 '예술가 놀이터'도 있다. 다만 시 조례상 내부에 식당을 설치할 수 없어 식사는 입주 작가들이 해결해야 한다.

"노장청 어울린 한국문학의 터전 되길"

도심 속의 창작공간이라는 점, 월 5만원 정도의 사용료만 부담하면 된다는 점 때문에 연희문학창작촌은 일찍부터 많은 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제1기 입주작가 공모에는 56명이 지원, 19명이 선정됐다. 작가들은 1개월, 3개월, 6개월 단위로 입주 신청을 할 수 있으며 한 차례 연장(최장 3개월)이 가능하다. 1기 입주작가로는 시인 신달자 이시영 신용목 김경주 김근 박준씨, 소설가 김남일 은희경 권지예 조용호 백가흠 손홍규 김이은 김이정 유시연 이현수씨, 아동문학가 유은실 김해등씨, 희곡작가 최창근씨가 선정됐다.

입주가 확정된 작가들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두 권의 소설집을 모두 만해마을 창작촌에서 완성했다는 소설가 백가흠씨는 "창작에는 고도의 집중이 필요해 그동안 지방의 창작촌을 찾거나 심지어 여관방을 전전하기도 했는데 연희문학창작촌 입주로 이같은 고민을 해결했다"며 "오랜 시간 붙잡고 있던 첫 장편소설을 이곳에서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년 전부터 마포구 상수동의 방직공장을 개조해 '추리닝바람'이라는 창작공간을 운영해온 시인 김경주씨는 "요즘 젊은 작가들의 상상력은 골방에서만 잉태되지 않는다. 다양한 문화체험을 통해서 감각의 날을 세운다"며 "젊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홍대와 인접해있으면서 내밀한 자기창작공간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작가들이 관심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인 소설가 박범신씨는 "이곳은 선ㆍ후배 문인들이 어울릴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인간적으로 해체되고 있는 문단의 소통공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한국문학의 큰 터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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