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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변죽만 울리는 대종상 후보 논란

입력
2009.10.28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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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이 또 한바탕 대종상이라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주부터 인터넷을 달구는 이른바 '장나라-하지원 논란'은 대종상을 비롯한 한국 영화상의 존재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21일 발표된 대종상 후보 명단에 관객 1,000만 영화 '해운대'와 가을을 눈물로 적신 '내 사랑 내 곁에'의 하지원이 여우주연상 후보에서 탈락한 반면, 개봉도 하지 않은 '하늘과 바다'의 장나라가 후보에 오르면서 홍역은 시작됐다. 네티즌과 일부 언론이 이미 관객들의 검증을 받은 하지원은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스러운 것) 영화가 여우주연상과 작품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선정된 것은 잘못이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1962년 첫 발을 내디딘 대종상은 오래도록 충무로의 복마전이었다. 1996년 부적절한 심사과정을 거쳐 작품상을 받았다는 의혹을 일으킨 일명 '애니깽' 파동은 말 많고 탈 많은 대종상의 불명예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대종상의 과거 때문인지 '모종의 음모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마녀사냥과도 같은 비이성적인 비난이 난무한다. 땅에 떨어진 대종상의 권위를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다. 그러나 최근의 논란은 지극히 소비적일 뿐이다. 어느 영화상이든 뒷말은 있게 마련이다. "하지원은 두 작품에 출연, 표가 갈렸다"는 대종상 측의 해명도 수긍이 간다.

예상 밖으로 누가 탈락하고, 누가 선정됐다는 시시콜콜한 사안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영화상의 권위와 정체성을 결정짓는 심사과정과 수상 결과다. 대종상을 비롯한 국내 영화상 대부분은 그 해 최고 흥행작에 작품상 등 주요상을 안긴다. '영화가 좋으니 많이 보고 그러면 명작'이라는 해괴망측한 3단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심사에 네티즌까지 대거 끌어들이는 경우가 있으니 과연 인기상 선정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미국의 아카데미영화상은 주류 영화상이면서도 종종 시장이 외면했던 작품에 상을 안기며 발견의 기쁨을 선사한다. 시상식이 끝나면 늘 수상작의 관객이 늘거나 DVD 판매량이 급증한다.

아카데미상은 배우, 감독, 제작자 등 6,000명의 회원이 각 분야의 후보작을 선정하고, 수상작을 결정한다. 잡음은 있어도 반발이 있을 순 없다. 대종상은 어떤가. 10명 이내의 전문심사위원이 예심을 관장하고, 본심에는 영화에 관심이 있는 18세 이상 일반심사위원 50명이 추가된다. 심사위원의 수가 적은데다 심사의 질도 낮을 수 밖에 없다. 요컨대 대종상의 문제는 불공정한 심사가 아닌, 부실 심사에 있는 것이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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