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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 신종플루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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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 신종플루 '사각지대'

입력
2009.10.2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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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름 앞둔 27일 낮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단과학원 '명문대반' 강의실. 학교수업이 끝나지 않은 탓에 재수생 15명 남짓만 모여 25㎡의 작은 공간에서 수학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들 중에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강의 도중 간간이 재치기와 기침소리가 울렸지만 다들 개의치 않았다. 흔한 손 세정제 하나도 강의실에서는 눈에 띄지 않았다.

오후 6시 가까이 되면서 수강을 마친 재수생들이 빠져 나가자, 학교수업을 끝낸 고교 3학년 학생들이 이내 학원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삼삼오오 모여드는 아이들에게 발열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전날 학생들에게 주어진 숙제검사만 이뤄졌다.

의료진을 대상으로 예방백신 접종이 처음 시작되는 등 신종플루의 급속한 확산으로 경각심이 최고조에 달한 이날 대치동 학원가는 플루의 무풍지대인양 사교육 열풍만 거세게 불었다. 수시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열검사를 해 고열이 있으면 귀가시키거나, 환자가 급속히 늘어나면 휴업에 들어가는 학교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H학원 박모 실장은 "학원 인근 중산고와 단대부고가 최근 신종플루로 휴업을 해 이들 학교 학생들의 수강을 막아보려 했지만 강제로 할 수는 없었다"며 "이미 수강료를 낸 학생과 학부모가 굳이 수강을 하겠다면 말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치동 M종합학원에 다니는 재수생 권탐지(18) 양은 "얼마 전 원생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들었다"면서도 "관심이 없어 판정 이후로 학원에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서울 목동 학원가도 사정은 비슷했다. 대치동과 마찬가지로 소규모 단과학원들이 밀집한 이 지역 학원들도 손 세정제를 비치하는 경우가 일부 있을 뿐 다른 예방활동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초중학생 대상 영재학원을 운영하는 최모 원장은 "아빠가 타미플루를 만드는 외국계 제약회사에 다녀 이미 지난달에 신종플루 예방백신을 접종했다는 아이들까지 있다"며 "경제력과 교육열이 높은 지역이다 보니 부모들이 알아서 아이들을 잘 챙겨 학원에서 챙길 일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스스로 알아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는 투다.

중고교생 영어, 수학 전문 O학원을 운영 중인 김모(34) 원장은 "학원에서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하면 작은 학원들은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면서도 "막상 수십만원 하는 손 세정기를 들여놓자니 솔직히 부담이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학원들은 체계적인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못하면서도 휴원 등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대치동 S영어학원 윤모 원장은 "학생들 사이에선 조만간 교육부가 전국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릴 것이란 소문이 돈다"며 "이런 상황이 되면 (휴원을) 좀 고려해 볼까, 아직은 신경 안 쓴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이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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