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이 MBC-TV의 '황금어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시청했다. 평소에도 그 분의 투자철학에 공감해왔던 터라 매우 흥미진진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강호동씨는 박 원장에게서 투자의 비법을 캐내고 싶어했지만 그에게 들을 수 있었던 건 '그런 건 없다'는 얘기뿐이었다. 필자는 박 원장의 답변 태도에 감명 받으면서 진짜 '비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비법을 전하지 않은 것은 숨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또 다른 곡해를 낳을 것을 우려해서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박 원장이 한 가지 조언한 것이 있다면 "주식에 직접 투자하지 말고 펀드를 통해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재야 고수로 떠오른 박 원장이 펀드 투자를 굳이 강조한 이유가 뭘까.
아마 절친한 지인이었다면 종목을 찍어줄 수도 있고, 전략을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는 '시골의사'나 경제학자들은 나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숲을 보는 시야를 가지고 있다.
스스로 경제 정책 입안자가 되어 '한국 주식시장'이라는 '시스템'을 보는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그 안에는 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자들이 각자 어떻게 투자하든 평균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 곧 코스피 수익률이 된다. 금액 기준으로 볼 때, 1년 동안 절반은 코스피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절반은 코스피보다 나쁜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 모두가 코스피보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성과가 운에 의한 것이든, 철저한 연구에 의한 것이든 변할 수 없는 진리이다. 이것이 '시스템'으로 관찰되는 주식시장의 특성이다.
시스템을 보는 관점에서 가장 좋은 결과(경제학에서는 이를 '효율적'이라고 표현한다)는 어떤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분배가 심하게 왜곡되지 않는 시장이다. 코스피보다 좋은 성과를 내거나 나쁜 성과를 내는 정도가 작을수록 그 시장은 효율적인데, 이는 '부익부 빈익빈'의 가능성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실증 연구 결과, 개인의 직접투자 성적은 평균적으로 코스피보다 못하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 개별 투자자는 "나는 아니겠지"하는 바람으로 뛰어 들지만 어쨌든 전체적으로 보면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를 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더 위험하다. 주식시장 참여자를 개인, 기관, 외국인으로 나눌 경우 개인 투자자가 코스피보다 나은 성과를 거두려면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높은 성과를 거둬야 하는데 경험상 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제한된 시간에 기관 투자가는 '직업'으로서 투자에 전념한다. 그러나 개인은 각자의 '직업'과 주식투자라는 '부업'을 병행해야 한다. '부업'을 전문가에게 맡기고, '직업'에 전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돈을 더 많이 버는 '비결'이다.
푸르덴셜자산운용 퀀트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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