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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새대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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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새대가리

입력
2009.10.28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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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국내 공항들은 '새떼와의 전쟁'으로 몸살을 앓는다. 들판이나 해변에 자리잡은 탓에 백로와 까치를 비롯해 해오라기 황조롱이 까마귀 등이 무리 지어 몰려든다. 인천공항은 폭음기 공기총 등으로 무장한 조류 퇴치 전담반을 운용한다. 공군도 기지 별로 10명 안팎의 '배트(BATㆍBird Alert Team)'부대를 두고 있다. 모형 매와 사람 모양의 풍선인형, 레이더 등 첨단 장비가 동원되지만 새들을 쫓기는 쉽지 않다. 폭음기로 큰 소리를 내도 살짝 자리를 피했다가 금세 되돌아온다. 풍선인형이나 바람개비는 새들의 장난감일 뿐이다.

▦ 머리 나쁜 사람을 흔히 '새대가리'라고 하지만, 조류 전문가들은 새처럼 영리한 동물도 드물다고 말한다. 꾸벅꾸벅 졸고 있으면 '무뇌(無腦)'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닭만 해도 잔머리를 굴릴 줄 안다. 수탉은 보통 먹이로 암탉의 환심을 사는데, 좋은 먹이가 없을 때도 마치 있는 양 거짓 신호를 보내 짝짓기를 시도한다. 암탉도 한두 번은 속지만, 상대방이 사기꾼임을 금세 알아챈다. 똑똑한 새의 대명사는 까마귀이다. 영장류인 침팬지처럼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 호두를 바위에 쳐서 깨먹고 막대기를 이용해 개미굴 속의 개미를 꺼내 먹는다.

▦ 앵무새도 까마귀 못지않게 영리하다. 미 하버드대에서 동물인지학을 가르치는 이렌 페퍼버그 박사와 30여 년을 함께 살았던 '알렉스'라는 이름의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는 100개의 영어단어를 구사했고 크고 작은 것의 개념을 이해했다. 그는 의도를 갖고 행동했고 개성 넘치는 농담도 할 줄 알았다. 알렉스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착하게 지내. 사랑해"였다. 영국 <가디언> 지는 알렉스가 2007년 9월 숨을 거두자 '일반적인 미국 대통령들보다 훨씬 더 똑똑했던 앵무새 알렉스가 비교적 젊은 나이인 서른 한 살의 생을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 영어에도 '새의 뇌(bird brain)'라는 단어가 있다. 새대가리처럼 '어리석고 우둔한 사람'을 뜻한다. 중국에서는 돼지를 어리석은 동물로 여겨 멍청한 사람을 '주토우(猪頭ㆍ돼지머리)'라고 부른다. 새의 뇌는 보통 호두알이나 콩알만큼 작다. 뇌 용량이 작은 만큼 머리도 나쁠 것이라는 게 사람들 생각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새의 뇌가 포유류의 뇌와 마찬가지로 복잡하고 창의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의 잣대로 동물의 지능을 판단하는 자체가 난센스일지 모른다. 그나저나 새대가리보다 못한 인간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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