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많은 길들이 생기고 있다. 버스나 승용차가 다니는 포장된 아스팔트가 아닌 사람의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좁은 골목길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연과 하나가 됨을 느낄 수 있는 예쁜 길들이 우후죽순처럼 사람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삼일운동 및 국채보상운동을 주제로 국내 최초 골목길 투어를 시작한 대구 중구청의 역사탐방길, 이미 많이 알려진 제주 올레길 등에 이어 서울 종로구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골목길 20코스를 개발했고 강원도 동해안에선 송강 정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관동별곡 800리 길을 소개하는 걷기 행사도 열렸다.
서울 종로구가'600년 옛 도시 종로의 길을 걷다'라는 주제로 만든 골목길 도보코스를 찾아갔다. 사직동 서울성곽 오솔길을 걸으니 과거 종로 시내를 등지고 오솔길을 걷는 옛사람들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또한 부암동 시인의 언덕 길을 오르면 탁 트인 공원 정상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인생을 얘기하는 시인의 말소리가 바람을 타고 전해 온다. 이화장.낙산공원.홍덕이 밭이 있는 이화동엔 60,70년대의 풍경이 남아 있고 우거진 숲 속 공원 정자에 서면 흘린 땀방울이 어느새 자취를 감춘다.
한편 관동별곡 800리 길은 400여년전 송강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 관동팔경과 해금강.금강산 등 절승지를 유람하며 읊은 한국 가사문학의 최고봉인 관동별곡을 테마로 강원도의 새로운 걷고 싶은 길로 떠오를 전망이다.
고성 거진등대 길에 올라 동해 바다를 바라보면 끝없는 수평선에 가슴이 탁 트이고 철새들의 휴식지인 송지호를 지나 왕곡마을 가는 길은 구불구불 굴곡 많은 인생사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속초 영금정, 양양 하조대해수욕장, 강릉 선교장.경포대, 동해 묵호등대, 삼척 죽서루로 이어지는 동해안 길은 옛날 선비들이 유람하듯 가벼운 배낭 하나 메고 땅을 밟으며 걸을 때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관동별곡 800리 길을 개척한 정준(53) 세계걷기운동본부 사무총장은 "걷기란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며 육체적인 건강에도 최고로 좋은 방법"이라며 도보여행을 극찬했다.
산천초목이 단풍으로 물들어 여행자들을 마음을 한껏 부풀게 하는 10월말. 자신이 걷고 싶은 길을 걸어보자. 옛 추억이 떠오르는 골목길이든 구불구불 산길이든 석양이 아름다운 해변길이든 마냥 두 발로 걷다 보면 덤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사진.글=홍인기 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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