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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의거 100년 기념 뮤지컬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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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의거 100년 기념 뮤지컬 '영웅'

입력
2009.10.2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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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탕".

세 발의 총성이 울리자 사방에서 박수가 터진다. 안중근 의사가 1909년 중국 하얼빈역에서 조선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순간이다. 정확히 한 세기가 지난 26일, 안중근의 거사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영웅' 첫 공연에서 1,100여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를 쏟아냈다.

'명성황후'의 연출가 윤호진씨가 만들어 기대를 모은 '영웅'은 그 비장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눈과 귀가 즐거운 뮤지컬이다. 기존 창작 뮤지컬에서 볼 수 없었던 무대 메커니즘이 관객을 매료시킨다.

조명은 공간을 좁히고, 영상은 공간을 넓혔다. 안중근이 옥에 갇혔을 때는 무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오른쪽 부분만 밝혔고, 이토 히로부미가 설희와 밀담을 나누는 장면에선 비슷한 크기로 왼쪽 부분을 밝혔다. 무대 전체를 사용하려는 뮤지컬의 관습을 깨고, 공간을 포기함으로써 관객의 집중도를 높인 것이다.

일본 형사가 독립군을 추격하는 장면은 배경 영상을 빠르게 전환해 긴박감을 더했다. 배우들이 제자리를 뛰는데도, 원근감을 살린 영상 덕에 영화 못지 않은 공간감을 얻었다. 실물 크기 기차가 공중에서 이동하고 멈추는 광경은 영상과 조명의 조화가 빚어낸 명장면이었다.

음악도 한껏 분위기를 살렸다. 장엄한 선율이 관통하는 가운데 아리랑과 일본 전통음악, 스파게티 웨스턴(1960~70년대 이탈리아에서 미국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제작한 영화)을 방불케 하는 음악이 맛깔스레 어우러졌다. 그러나 제작비 절감을 위해 오케스트라 라이브 대신 녹음된 반주(MR)를 택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가상인물인 중국인 소녀 링링과, 명성황후의 시해를 목격하고 살아남은 마지막 궁녀 설희는 극적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이토를 조선의 원수보다는 한 인간으로 그리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지나치게 강조해 대중에게 두루 다가서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일본 등으로 진출하는데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씨는 "같은 역사물이지만 '에비타'가 인간 에바에 초점을 맞춘 반면 '영웅'은 역사에 치우쳐 있다"면서도 "기차를 3D로 등장시킨 영국의 '우먼인화이트'보다 무대 완성도가 높아 우리 뮤지컬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평했다.

안중근 역 류정한 정성화, 이토 역 이희정 조승룡, 설희 역 김선영 이상은, 링링 역 소냐 전미도 등. 12월 31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1588-7890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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