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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연 '정조학 국제 학술회의'/ 변혁의 시대' 리더십 군주' 정조를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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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연 '정조학 국제 학술회의'/ 변혁의 시대' 리더십 군주' 정조를 다시 본다

입력
2009.10.28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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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역사에 기록된 이름이 뉴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일이 잦았다. 정조(1752~1800)도 그랬다. 2월 초 정적으로 알려졌던 심환지(1730~1802)에게 보낸 정조의 내밀한 편지 뭉치가 번역ㆍ공개되면서, 정조를 새롭게 보려는 움직임들이 내내 관심을 끌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과 수원화성운영재단이 28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여는 제1회 '정조학 국제학술회의'도 일련의 정조 재조명 작업 가운데 하나다. 지금까지의 작업이 대개 독살설이나 노론 세력과의 관계 등 정조 말년의 정치상황에 국한된 것과 달리, 이 회의는 정조가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는지, 정조의 국가경영 능력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기조발표를 하는 정옥자 국사편찬위원장은 '정조학'의 탄생으로 운위되는 조선 후기에 대한 새삼스러운 관심에 대해 이렇게 의미를 둔다. "1910년 조선왕조가 망한 뒤 제국주의 세계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논리로 유교문화권을 강타했다. 의리와 명분을 중히 여기던 공간에 공리주의가 판을 치니 가치관의 혼란이 극에 달했다. 그로부터 한 세기, 우리는 광복과 산업화, 민주화를 거쳤고 변방에서 중심으로 발돋움했다. 이 변혁의 시대에 어디서 참고자료를 찾을 것인가? 그 동안 횡적으로 외국에서 역할 모델을 찾았다면, 이젠 종적으로 우리 역사에서 역할 모델을 찾아 법고창신할 차례이다."

김문식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정조가 불리한 정치 여건을 딛고 왕권을 확립할 수 있었던 주요 근인으로 인재에 대한 애착을 든다. 정조는 성균관과 사학(四學)의 유생뿐 아니라, 지방 유생을 대상으로 한 등용 시험까지 일체의 과정을 직접 관장했다.

김 교수는 "시험에 응시하는 숫자가 경우에 따라서는 1,000명이 넘는 상황에서 국왕이 모든 시험지를 직접 채점하여 우수자를 선발한다는 것은 대단한 격무였다. 그러나 정조는 자신이 직접 확인하고 친필로 성적을 기록해 주는 것이 사풍(士風)을 진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었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그 부담을 감수했다"고 밝힌다.

친위 군사력 확보 차원에서 이해되던 장용영(壯勇營)의 설치를 군비 축소를 통한 민생 안정책으로 조명하는 논문도 발표된다. 김준혁 수원화성박물관 학예실장은 "당대 군정(軍政)의 폐단은 백성들에게 가장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정조는 군정 폐단 시정, 군비 확충, 왕권 강화를 위한 친위군영 창설 등을 사안별로 진행하지 않고 일괄 방식으로 추진했다"고 분석한다.

당시의 오군영(五軍營)은 10만이 넘는 병력을 유지, 이들에 대한 녹봉 지급이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줬다. 반면 훈련 효율은 낮았으며 권신들의 사병화한 측면도 있었다. 장용영 설치는 왕권 강화뿐 아니라 군 효율화, 궁극적으로 백성들의 군납 의무를 덜어줄 수 있는 민생책으로서 추진된 정조의 다목적 정책이었다는 주장이다.

정조를 모든 측면에서 이상적이었던 군주로 조명하는 것은 아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 건설이 정조의 정책 실패 사례로 새롭게 제기되기도 한다.

이달호 수원박물관장은 화성 건설에 사용된 비용을 당시 중앙재정의 규모와 비교, 그것이 얼마나 무리한 지출이었는지를 밝힌다. "재정운영의 측면에서는 조선 후기 사회경제적 변화에 개혁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제도적 개선을 꾀하지도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 관장은 "당시 중앙의 연 세입 규모는 약 790만냥 정도였는데, 1789년 화성 건설에 총 136만냥이 넘게 지출됐다. 또 공사 기간이 10년에서 2년 9개월로 줄면서 일시에 많은 금액이 소요, 재정 압박의 요인이 됐다"고 근거를 댄다.

이번 학술회의에는 국내 학자뿐 아니라 김봉진 일본 기타큐슈대 교수, 박천재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 등도 참가해 각각 '정조와 홍대용', '정조의 무예사상과 일본무예'를 주제로 발표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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