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규홍)가 26일 임시회의를 열어 아동 대상 성범죄 처벌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조두순 사건' 이후 아동 성 범죄자 양형에 대한 사법부와 국민의 법 감정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마련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선 현행 양형기준의 틀을 조정하고,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감경 대상에서 배제하는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먼저 양형기준과 관련해선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의 현행 양형기준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검찰 쪽 위원인 정동민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의견서에서 "아동 대상 강간상해죄는 성폭력특별법에서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형을 규정하고 있는데 양형기준의 기본 형량은 6~9년에 불과하다"며 "현행 양형기준은 기본형량이 법정형 하한보다 낮아 입법 취지에 반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올해 7월 이후 양형기준이 적용된 성범죄 판결 186건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고 "법원이 양형기준 형량 범위의 중간점 미만으로 선고한 비율이 90.8%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성범죄에 대해 강화된 양형기준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 법원 선고는 기준 마련 취지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선 "양형기준 자체를 손대기보다는 형량 강화에 적용되는 특별가중인자를 더 발굴하는 식으로 높은 형량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조두순 사건'에 적용된 13세 미만 대상 강간상해죄의 경우 피해자에게 극도의 성적 수치심을 주거나 가해자에게 소아 기호증이 있으면 형을 가중할 수 있는데, 이 같은 가중 요소들을 더 늘리자는 것이다.
특별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은 경우 형량 범위 상한의 1.5배까지 형을 가중할 수 있어, 현행 양형기준으로도 미성년자 강간상해범의 경우 무기징역 선고가 가능하다. 그러나 회의에선 "시행 넉 달도 안 된 양형 기준을 바꾸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아 양형기준 조정에 대해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양형의 감경 요소로 인정할 것인가 문제도 집중 논의됐다. 검찰 측은 "현재는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여부를 구체적 근거 없이 인정하고 있다"며 "음주는 원칙적으로 감경 대상에서 제외하되 전문가 감정과 객관적 증거에 의해 입증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심신미약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형법 제10조 2항에서 심신미약 감경을 '필요적 감경 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하위규범인 양형기준이 형법의 일반적 원칙을 거스를 수 없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산하 전문위원단의 구체적 연구를 거쳐 12월 정기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35개 여성ㆍ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성범죄자에 대한 양형 감경기준에서 음주를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양형위에 제출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