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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1심 집유 선고/ 재판부 '체세포 복제' 부분은 판단 유보…학계의 몫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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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1심 집유 선고/ 재판부 '체세포 복제' 부분은 판단 유보…학계의 몫으로

입력
2009.10.28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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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논문 조작은 인정했지만 체세포복제 인간배아줄기세포의 진위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법정이 아닌 학계에서 판정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입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새 기술의 등장으로 실제 배아줄기세포가 만들어졌는지 여부가 무의미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구성됐던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006년 1월 황 전 교수가 '사이언스'에 발표한 2004년과 2005년 논문의 데이터가 조작됐으며, 확립된 줄기세포도 없다고 발표했다. 또 2004년 논문에 발표한 1번 줄기세포(NT_1)는 체세포복제가 아니라 처녀생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 조사위는 추정했다. 사람의 난자와 체세포를 융합시켜 만든 복제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얻은 게 아니라 난자가 정자를 만난 것으로 착각해 스스로 분화한 수정란에서 얻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 의대 하버드줄기세포연구소 김기태 박사팀이 NT_1과 생쥐의 처녀생식 줄기세포를 비교한 결과, 유전자 변이 패턴이 일치했다는 연구 결과를 '셀 스템셀' 2007년 8월호에 발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결론을 유보하면서 "피고인(황 전 교수)은 NT_1이 최초의 핵이식(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주인 것으로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황 전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2005년 논문의 데이터에 조작이 있었다는 건 인정했지만 2004년의 NT_1은 체세포복제로 만들어졌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올 5월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현우 수암생명공학연구원 돼지복제연구팀장은 "NT_1은 처녀생식이 아니라 체세포복제로 만들어진 줄기세포임을 실험으로 확인했으며, 이 내용을 국제학술지에 논문으로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공판에서 정의배 충북대 수의대 교수도 이와 유사한 실험을 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증언했었다.

재판부가 체세포복제 부분을 공백으로 남겨 둠으로써 상급법원이 별도의 판단을 하지 않는 한 진위에 대한 결론은 학계에서 관련 논문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대부분의 줄기세포 전문가들은 진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반응이다. 이상훈 한양대 의대 교수는 "체세포복제 줄기세포가 만약 실제로 존재한다면 논문 조작이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줄기세포 연구의 큰 흐름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미국과 일본 연구팀이 난자 없이 피부세포만으로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기능을 갖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처음 만든 이래 국내 과학자들도 발 빠르게 난자를 이용하지 않는 줄기세포를 개발하는 쪽으로 연구 방향을 틀었다.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하기 위해 황 전 교수팀의 방법처럼 여성에게서 꼭 난자를 채취해야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얘기다.

줄기세포 분화 과정을 연구하는 국내 한 대학 교수는 "문제의 줄기세포가 진짜라는 논문을 낸다고 해도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재현되지 않으면 또 한번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과학계는 전체적으로 "당연한 결과"라는 분위기다. 논문에 제출하는 사진이나 데이터를 임의로 조작하는 건 과학자로서의 양심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것이다. 김장한 울산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줄기세포 연구는 후퇴했을지 몰라도 연구 윤리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크게 부각됐다"며 "앞으로도 이 부분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학계가 과거의 상처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생명공학기업 알앤엘바이오 라정찬 사장은 "이제 이 사건은 한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며 "iPS를 비롯한 선진 줄기세포 기술을 연구하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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