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도살자'중 한 명인 라도반 카라지치 전 보스니아-세르비아계 지도자가 재판을 또 거부했다. 1992~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인종청소를 지휘한 세기의 범죄자에 대한 역사적 재판이 2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렸지만 카라지치와 그의 변호인의 출석거부로 연기됐다.
100만 쪽에 달하는 범죄혐의 내용을 다 읽어보지 못해 재판준비가 덜 됐다는 게 그의 변명이다. 카라지치는 지연전술로 이미 대여섯 차례나 재판을 연기시킨 바 있다. 심지어 담당 판사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재판을 기피한 적도 있다. 이에 따라 보스니아 내전 전범을 전담하는 국제 유고형사재판소(ICTY)는 27일 궐석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재판장을 맡고 있는 권오곤 ICTY 부소장은 '도살자'의 재판거부로 개정 15분만에 휴정을 선언했다.
이날 헤이그 법정 밖에서는 수백 명이 운집, "밀로셰비치처럼 단죄 없이 죽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며 조속한 재판진행과 법의 심판을 요구했다. 또 다른 민간인 대량학살 책임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도 이런 식으로 재판을 차일피일 미루다 재판 진행 도중에 헤이그 감옥에서 자연사했다. 카라지치는 유고연방 내 스로프스카 공화국 대통령으로 밀로셰비치의 지원 하에 보스니아 내전을 일으켜 보스니아 내 이슬람계 주민에 대한 인종청소 등 11개 전쟁 및 반인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국제수배를 받아오다 13년만인 지난해 7월 베오그라드에서 체포됐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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