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임시 휴교에 들어간 아침은 여느 날과는 사뭇 달랐다. 부엌의 작은 창으로 내다보이는 건널목, 출근을 서두는 어른들 사이로 교복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지운 듯 사라졌다. 학교로부터 또 문자를 받았다. 학생들의 상태를 관찰해서 발열, 감기, 몸살, 양호함 등으로 담임에게 문자를 보내달라는 것이다. 그것을 근거로 휴교 연장을 결정할 것이다. 바이러스는 세균 여과기로 분리할 수 없을 만큼 작아 전자현미경을 사용해야만 볼 수 있다.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10년 전 바이러스가 내 몸으로 침투되던 순간은 두고두고 특이한 경험이었다. 10년 전 눈병에 걸린 시인 H씨가 놀러왔다. 그는 하루를 묵고 돌아갔다. 그로부터 하루나 이틀이 지났을까, 식탁에 앉아 드라마를 보다 눈물을 짰고 별 생각 없이 식탁 위에 뽑아둔 티슈로 눈가를 슬쩍 훔치는 순간이었다. 작고 단단하고 매운 무엇이 벌침처럼 내 눈을 사정없이 쏘았다.
그때 알았다. 아폴로 눈병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식탁 위에 날아와 붙은 바이러스는 며칠 동안 그곳에 붙은 채로, 의존해서 살아갈 숙주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길 없는 그 바이러스는 H씨를 통해 우리집에 도착했고 나와 제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던 어린 딸을 끝으로 길다면 길었을 생의 막을 내렸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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