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말을 아끼는 편이다. 목소리도 크지 않다. 그런 박 전 대표가 정치 현안에 대해 '한 마디'를 던지면 여의도와 온 나라가 출렁인다. 이것이 박 전 대표의 위력이다.
박 전 대표는 23일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이런 큰 약속이 무너진다면 한나라당이 앞으로 국민에게 무슨 약속을 할 수 있겠느냐.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다"고 말해 여권 주류의 세종시법 수정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해 말부터 계속된 여야의 미디어법 대립 과정에서도 "한나라당의 법안들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준다"(올 1월5일)"여야가 합의 하는 게 좋겠다"(7월15일) "(한나라당이 직권상정할 경우) 본회의에 참석하면 반대표를 던지겠다"(7월19일) 등의 언급들로 여권의 일방 처리 시도를 막았다. 김무성, 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인사들의 입각 문제에 대해서도 찬반 입장을 분명히 해 사실상 친박계의 '최종 인사권자' 역할을 했다.
'박근혜의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올까. 그 힘은 우선 친박계 의석 규모에서 비롯된다. 한나라당(167석)에서 친박계 의원(50~60명)들이 이탈하면 여당은 민주당(83석) 자유선진당(17석) 등 야당과의 표 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한나라당에서 친박계 인사가 20~30명만 이탈해도 재적 의원이나 출석 의원 중 과반수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권 주류와 야당이 정면 충돌할 경우 박 전 대표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는 셈이다.
박 전 대표의 높은 국민 지지율도 파워의 원천이다. 박 전 대표가 30% 가량의 국민 지지율로 차기 대권 경쟁에서 선두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국민 여론에 미치는 그의 영향력은 누구보다도 크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힘을 사용하는 방법과 시기에 대한 우려도 있다. 친이계의 한 초선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미디어법 논란 이후 발전적 대안을 내놓는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당황하게 하거나 골치 아프게 만드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였다"며 "정치 현안과 동떨어져 사실상 칩거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원칙'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국가경영을 위한 합리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여권 주류의 생각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힘은 신뢰와 원칙이라는 일관성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인기나 시류에 연연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면서 뚜벅뚜벅 걸어간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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